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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벗은 이란 선수, 공개 사과는 자의? [뉴스 큐레이터]

등록 2022-10-22 16:18 수정 2022-12-09 14:19
히잡을 벗고 클라이밍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 연합뉴스

히잡을 벗고 클라이밍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 연합뉴스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했다가 ‘강제 귀국 당했다’는 외신 보도 등이 나왔던 이란 선수가 2022년 10월19일(현지시각) 이란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스포츠클라이밍 이란 대표인 엘나즈 레카비(33)는 이날 새벽 이란에 도착했다. 검은색 야구모자와 후드티셔츠로 머리카락을 가리고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 터미널에 도착한 레카비는 이란 국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시합에 나선 것은 “의도하지 않은 일이다. 신발을 신고 장비를 착용하느라 바빠 히잡 쓰는 것을 잊어버렸다”며 “긴장하고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평화로운 마음으로 이란에 돌아왔다. 신께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카비는 전날 새벽에도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제가 자아낸 우려에 사과드린다”며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팀과 함께 이란으로 돌아간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레카비는 10월10~16일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대회 초반 히잡을 착용했으나 결승 경기에선 히잡을 벗고 나왔다. 이후 <비비시>(BBC) 페르시아어(이란어)판에서 레카비가 이란 당국에 의해 예정보다 일찍 강제 귀국 조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지언론 <이란와이어>는 레카비가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될 거라고 우려했다. 의혹이 확산되자 10월18일 주한이란대사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를 ‘가짜뉴스’라고 강하게 부인하며 그가 다른 팀원들과 함께 이날 일찍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레카비가 무사히 귀국했음에도 그의 공개 사과가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비비시>는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출전한 이란 여성 선수들이 과거에도 사과를 강요받은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란의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뉴스 큐레이터: <한겨레21>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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