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2021년 2월1일 미얀마에서는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정부를 뒤엎고 권력을 찬탈했습니다. 미얀마 민중은 불법 쿠데타에 평화적으로 항거했지만, 군부는 이를 폭력으로 탄압했습니다. 군부는 쿠데타 뒤 4개월여 동안 최소 877명을 살해하고 6200여 명을 불법 체포했습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국제사회는 내내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입바른 우려만을 표명했고, 그사이 시민들은 매일 총칼 아래 허망하게 쓰러졌습니다.
미얀마 시민은 평화와 자유, 민주주의를 원합니다. 하지만 잔혹한 폭력으로 시민을 억압하는 군부로부터 비폭력 평화 노선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없음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하여 5월부터 미얀마 전역에서 수많은 Z세대 젊은이가 시민방위군(PDF)을 조직해 무장투쟁을 이어나갈 것을 천명했습니다. 시민은 평화를 원했지만 결국 군부가 시민을 무장하게 했습니다.
2021년 6월22일 아침 7시30분. 만달레이에서 총성이 울려퍼졌습니다. 쿠데타 세력이 만달레이 시민방위군 은신처를 공격했습니다. 사건은 군부가 심은 첩자가 “수상한 장정 10여 명이 한 건물에 모여 있다”는 첩보를 전함으로써 시작됐습니다. 군부는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시민방위군 은신처를 포위하고 투항할 것을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방위군 청년들은 수적 열세에도 격렬히 저항했습니다.
군부 병력은 수류탄과 로켓추진유탄(RPG) 같은 중화기까지 동원해 무자비한 진압을 벌였습니다. 시민방위군과 일반 시민들은 주요 도로와 길목에 사제 폭발물을 터뜨리거나 타이어를 쌓고 불을 질러서 군부의 증원 병력 진입을 지연시켜 위기에 빠진 동료들이 무사히 퇴각할 수 있도록 고군분투했습니다. 하지만 교전은 만달레이 시민방위군 2명이 전사하고 6명이 체포되는 것으로 종료됐습니다. 사로잡힌 청년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끌려가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비탄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조악한 무기를 들고 시민방위군을 조직해 군부에 저항하는 건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이다.” “무장투쟁이 아닌 다른 수단이 분명 있을 거다.” “전쟁보다는 협상과 타협이 낫지 않나.”
그러나 우려와 규탄이 총탄을 막아주지 못하듯, 정의 없는 폭정에 맞설 때 힘없는 정의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을 깨달았기에 미얀마 청년들은 꿈을 펼쳐야 할 시절에 총을 들고 도시의 뒷골목과 밀림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내 가족의 안전과 지역사회의 안녕, 그리고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 미얀마 민중은 이제 서로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군부독재는 반드시 민중의 힘으로 종식해야만 합니다.
저는 한국인 남편과 부부의 연을 맺었고, 지금은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평화롭고 안전한 한국에서 지내는 저는 쿠데타 이후 단 하루도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매시간 죽어가는 동포를 그저 바라보며 무엇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도 무력할뿐더러, 현장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들에게 미안함을 떨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미얀마 동포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을지언정 내 심장은 항상 그대들과 최전선에서 함께합니다.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투쟁을 이어나가는 그대들의 희생을 항상 되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하여 저는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상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지치지 않는 목소리로 외치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당신들을 돕겠습니다. 미얀마 민주화 혁명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부디 다치지 마소서. 부디 죽지 않고 살아남으소서. 혁명의 구호를 외치며 글을 맺습니다.
아예더봉 아웅야미!(혁명은 반드시 승리한다!)
녜인 따진 <미얀마 투데이> 운영자
번역 최진배 <미얀마 투데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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