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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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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미얀마 외롭게 두지 않을 것”

1980년 5월의 학살이 반복되는 2021년 미얀마 군부에 분노한다
등록 2021-04-12 17:21 수정 2021-05-19 18:01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 미얀마 광주연대 집행위원장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 미얀마 광주연대 집행위원장

[#Stand_with_Myanmar]
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미얀마의 쿠데타는 광주 시민들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민주화를 열망하면서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을 군인이 잔인하게 진압하고, 무고한 시민 수백 명이 총에 맞아 죽어가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는 마치 41년 전의 광주 5·18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유엔과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설 것이냐’는 미얀마 국민의 외침이 큰 파도처럼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국민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광주 시민들이 본능적으로 이런 생각을 한 데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경험이 깔려 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맞서서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했지만 계엄군의 총칼에 많은 희생자를 내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계엄군의 만행과 광주 시민의 저항을 외부에 알리고 싶었지만, 광주는 고립됐고 언론은 쿠데타 세력이 선전하는 내용을 앵무새처럼 따라 했기에 국민은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광주 시민들은 미얀마 국민의 목숨 건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시민단체, 종교계, 문화예술인, 오월단체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광주 시민들이 모여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고 민주화를 지지하는 조직 ‘미얀마 광주연대’를 만들었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당장 학살을 멈춰야 합니다. 총칼로 권력을 빼앗을 수는 있지만 절대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광주 시민들은 미얀마 국민과 함께하겠습니다. 광주의 5·18민주광장에는 미얀마 상황을 알리고 시민들의 응원을 적는 전시대를 설치했고, 희생당한 미얀마 국민을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매주 토요일에는 딴봉띠(냄비 등을 두드리며 악귀를 쫓는 미얀마 전통 풍습) 집회를 통해 미얀마 군경의 폭력적 만행을 규탄하고, 일요일에는 광주에 사는 미얀마인들과 함께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종교계는 추모 미사와 법회를 열고, 시민들은 세 손가락 경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을 바꾸었습니다. 광주 곳곳에서는 미얀마 상황을 알리는 사진전이 열리고, 미얀마 투쟁을 응원하는 수많은 영상이 만들어지고, 시인들은 시를 발표해 미얀마와 연대합니다. 텔레비전(TV)과 신문에서는 날마다 미얀마 상황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보도합니다. 미얀마의 민주항쟁을 도우려는 모금도 시민들의 뜨거운 참여 속에 진행되고, 중고등학생들도 이 모금에 함께합니다. 3월27일에는 광주를 비롯해 서울, 부산, 대구, 제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미얀마 봄 혁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했는데 그날 미얀마에서 1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해서 많은 한국 시민이 슬퍼했습니다.

광주 시민들은 미얀마 국민에게 행해지는 폭력과 학살에 분노합니다. 1980년 5월의 무자비한 폭력과 학살이 2021년 미얀마에서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군부의 살인적인 폭력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미얀마 국민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불법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군부 쿠데타 세력에 맞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투쟁하는 미얀마 국민의 영웅적 투쟁을 응원합니다.

광주는 불의한 폭력과 학살에 저항하는 미얀마 국민과 함께하기 위해 연대의 길을 나섰습니다. 광주는 미얀마를 결코 외롭게 두지 않을 것입니다. 미얀마와 광주는 아시아의 민주주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동반자입니다. 1980년 5월 광주의 저항과 죽음이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만들었듯이, 2021년 미얀마 국민의 목숨을 건 저항이 더 굳건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미얀마 국민의 불복종운동과 영웅적 투쟁은 미얀마를 넘어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 미얀마 광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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