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는 ‘서니데이 플러딩’(sunny-day flood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마른하늘에 홍수’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하늘엔 해가 떴는데, 비 한 방울 없이 홍수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말한다. 최근 미국 해안 지대에서 서니데이 플러딩이 잦다. 는 지난 9월4일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된 해안지대 침수는 이미 잦아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학자들의 기후변화 경고는 더 이상 이론적 경고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바닷물이 뭍으로 넘어와 침수가 잦아지면, 더는 사람들이 거주할 수 없는 공간이 된다. 식물은 염분 탓에 고사한다. 식생이 바뀌면, 지하수도 바닷물이 섞여 마실 수 없다. 바닷물이 하수도를 타고 역류하면, 집과 도로가 잠긴다.
상습 피해 지역은 미국 동부와 남부 해안을 따라 거의 모든 곳에 퍼져 있다. 세계 최대 해군기지가 있는 버지니아주 노포크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와 포트로더데일,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해안지대가 대표적이다. 실제 이 지역 주민들은 해일 침수 피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주정부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기후변화 대책을 집권 후기 역점 사업의 하나로 두고 있는데, 해안가 침수에 다방면의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결정권을 쥔 의회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기후변화 논의 자체를 사이비 과학”으로 치부한다. 기후변화 피해 복구작업 비용뿐 아니라 관련 연구와 대책 수립 예산을 대부분 삭감해 돌려보냈다. 미 해군도 공화당 의원들의 ‘신념’을 꺾지 못했다.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세계 각국은 지금까지 나온 어느 합의보다 획기적인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협약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들어 해수면 상승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는 인류가 온실가스를 과도하게 배출해 발생한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난 6천여 년은 지구 역사상 해수면의 높낮이 변화가 대단히 안정적인 시기였다. 가장 최근 빙하기 때 해수면이 120m가량 낮아졌다.
2013년 과학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2100년까지 해수면이 지금보다 90cm 높아진다고 예상했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쳐써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 추세라면, 가까운 미래에 5~6m 정도 해수면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정확히 언제, 얼마나 빨리 인류에게 닥칠지 아직 모를 뿐이다.
‘마른하늘에 홍수’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지역의 공화당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자. 이들에게서 공화당 내부 지도부나 과학을 믿지 않는 의원들과 뚜렷한 차이가 감지된다. 지역 주민표를 의식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엄청난 예산과 총체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자연 변화에 맞설 수 없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해일 침수 문제의 권위자인 미국 해양대기청의 윌리엄 스윗 박사는 이런 경고를 남겼다. “침수가 한번 발생하면 그때는 대처하기 늦었을지 모릅니다. 이때부터 침수 빈도의 급격한 증가가 거스를 수 없는 일로 번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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