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0월25일 인도 하리아나주 파니파트시의 도심 바르사트 인근 주차장에 세계 각국에서 온 옷들이 쌓여 있다. 수입된 옷이 팔리지 않거나 재활용 과정에서 필요가 없어진 옷들이다. 조윤상 피디
‘봄 신상 기획전’. 봄바람이 불자마자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패션업계는 계절 기획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신 유행에 맞춰 옷을 싸고 빠르게 공급하는 ‘패스트패션’의 대중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저가 제품을 구매하는 행태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현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혹은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새 옷을 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사고 쉽게 ‘방출’하는 옷은 환경오염을 가속화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생산·유통·폐기 등 관련 산업 전반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배출량의 2~8%이고, 해마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9%가 옷과 섬유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3월30일 ‘세계 제로웨이스트의 날’의 테마가 “패션과 섬유 분야의 제로웨이스트를 향해”인 이유이기도 하다. 제로웨이스트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과 재사용을 통해 폐기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사회운동이다. 2022년 12월14일 열린 제77차 유엔(국제연합) 총회에서는 매년 3월30일을 ‘세계 제로웨이스트의 날’로 정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기념일을 제정해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세계 제로웨이스트의 날을 맞아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관련 행사가 열린다. 서울환경연합은 2025년 3월29일 제로웨이스트 장터인 ‘지구를 구하장: 아주 보통의 하루’(이하 지구장)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서울환경운동연합 일대(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제로웨이스트·업사이클링(새활용), 수리·수선, 비건 식품 판매점과 환경 관련 서적을 내는 출판사 등이 부스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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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29일 열리는 제로웨이스트 마켓 ‘지구를 구하장’ 행사 포스터. 서울환경연합
지구장은 크게 다섯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다회용기 커피차와 제로웨이스트 물품 판매팀 등이 모인 ‘버리지말장’, 수리와 수선팀이 중심인 ‘고쳐쓰장’, 업사이클링 팀이 모인 ‘되살려쓰장’, 비건 식품을 판매하는 팀과 출판사들이 모인 ‘해치지말장&알아가장’으로 나뉜다. 또 ‘함께하장’에서는 의류 폐기물 관련 기사와 책을 쓴 기자나 저자가 함께하는 수다회, 식물 키우는 법 안내, 우산 수리 워크숍, ‘수선의 기쁨’ 저자와 함께하는 북토크와 뜨개 수선 워크숍 등이 열린다. 가지각색 단체들이 어우러져 ‘제로웨이스트 난장’을 펼치는 셈이다.
이번 지구장 행사의 부제로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문구가 붙었다. 2024년 발간된 책 ‘트렌드 코리아 2025’가 선정한 올해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단 하루 동안 펼쳐지는 제로웨이스트 행사날이 아주 보통의 하루로 남길 바란다는 맥락으로 썼다”며 “특별한 하루로 남을 게 아니라 지구를 구하는 아주 보통의 날들 가운데 하루일 뿐이고, 앞으로 그렇게 돼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지구장은 쓰레기 없는 장터를 지향한다. “버리지 않고, 고쳐 쓰고 되살려 쓰는 지구를 구하는 즐거운 마켓”을 실천하기 위해 주최 쪽은 참가자들에게 다회용기와 텀블러, 장바구니 등을 챙겨오라고 안내해왔다. 미처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 이들을 위해선 다회용기와 컵 등을 빌려주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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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세계 제로웨이스트의 날의 주제인 ‘의류 폐기물 줄이기’와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팀들은 ‘고쳐쓰장’에 모여 있다. 최근 제로웨이스트를 둘러싼 논의의 화두가 재사용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재활용이 버려진 물건을 재료로 삼아 다시 가공해 다른 물건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면, 재사용은 물건을 그대로 쓰거나 고쳐서 다시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다닝 스티치 클럽’과 ‘내곡동 새활용 공방’은 각각 바느질과 재봉틀로 의류와 소품을 수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럭키수의 지구를 지켜라’는 중고·리폼 한복과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픽스케어’는 스마트폰 배터리와 액정 교체 수리를 진행한다.
‘다닝 스티치 클럽’은 수리상점 ‘곰손’의 곰손지기인 ‘밍키’(활동명)가 진행하는 워크숍이다. 다닝은 구멍이나 해진 부분을 꿰매거나 덧대 메우는 바느질 기법을 뜻한다. 밍키는 “너무 싼 옷이 많기 때문에 (옷에) 구멍이 나면 버리고 새로 사다보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바느질을 잘 하지 않는다”며 “옷을 계속 사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진 옷들을 오래 쓸 수 있을지, 바느질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쓰레기를 조금 줄이는 활동을 같이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곡동 새활용 공방’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인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려나가는 모임이다. 2021년 양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한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에서 재봉틀을 이용해 홈 패션을 익힌 주민들이 주축이 됐다. 이듬해부터는 지역사회에서 전시·나눔 행사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이번 지구장 행사에선 폐현수막을 활용한 신발주머니, 일회용 컵에 끼우는 종이컵 홀더 대신 자투리 천으로 만든 컵 홀더와 컵 받침, 망가진 우산을 활용한 장바구니 등 다양한 소품을 선보이려 한다. 또 직접 재봉틀을 사용해볼 수 있는 수선 체험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내곡동 새활용 공방의 모임장을 맡은 임계영(60)씨는 퇴직 뒤 ‘의미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2022년 사회복지관을 찾게 됐다. 임씨는 “오래된 재봉틀로 업사이클링 활동을 하며 보람을 느꼈고, 모임 회원 한 분은 ‘2024년에 가장 잘한 일은 생활용 공방 활동을 한 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적극적인 활동은 자연스럽게 환경보호라는 주제로 관심이 연결됐고, 때마침 회원 가운데 한 명이 지구장 참여 부스 모집 공고를 보고 참여를 제안했다. 임씨는 “일회용품을 정말 많이 쓰는데 하다못해 컵 홀더라도 줄여보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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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도 세계 제로웨이스트의 날을 맞아 3월29일 오후 2시 한겨레신문사(서울 마포구 효창목길6)에서 창간 31주년 기념행사인 ‘지구반상회’를 연다.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씨가 ‘지구를 위한 행동 가이드’라는 강연을 하고, 안 쓰는 옷을 참여자들이 서로 교환하는 플리마켓인 ‘무해한 마켓’을 열 예정이다. 이후 관련 기사를 쓴 기자들과 함께하는 ‘헌 옷 추적기 복습반’ ‘1.5도 라이프스타일 나눔반’ ‘슬로우패션 탐구반’ ‘쓰레기 소각장 토론반’ 등의 소모임 클럽 활동이 계획돼 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한겨레21 지구반상회에 오시는 분들께는 알맹상점이 후원하는 기념 선물과 베이커리(비건 옵션 포함), 음료도 드립니다. 티켓 구매는 한겨레 공식 브랜드 스토어에서 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21 정기독자는 50% 할인 티켓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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