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란 놈 진짜 역겹다.”
지난 미국 대선 당일, 브라이스 영퀴스트(34)씨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한 친구가 이런 글을 남겼다. 영퀴스트씨는 민주당의 텃밭이자 진보 성향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의 한 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그 지역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이지만 누군가 차에 해코지할까봐 지지 스티커도 붙이지 못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쏟아진 맹목적 비난에 반감이 생겨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을 더 지지하게 됐다고 말한다.
“좌파의 비판은 도를 넘은 욕설이나 다름없어요.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험담하는 트럼프의 행동이 적절치 않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정작 굉장히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죠.”
트럼프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를 찍은 온건보수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들 중 대통령 트럼프의 정책이 벌써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진보주의자들과 한목소리를 낼 수 없다. 트럼프를 찍었다는 사실만으로 쉽사리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무조건 나쁘다는 날 선 주장에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냈다가는 순식간에 ‘글러먹은 사람’ 취급을 받는 진보 진영의 분위기가 “도덕적 볼셰비즘”을 방불케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지난 2월18일 는 ‘진보주의자들은 트럼프를 돕고 있습니까?(Are Liberals Helping Trump?)’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도덕적 우월감으로 무장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하는 진보주의자들 때문에 트럼프가 문제라고 여기는 사람들조차 트럼프를 지지하도록 등 떠미는 역효과가 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더 많은 반대 의견을 모으려면 무엇보다 정치적인 설득을 통해 우리 편으로 끌어오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충분히 대화할 용의가 있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마저 이른바 ‘노답’으로 치부해버리는 맹목적 신념이 문제라는 것이다.
대통령 트럼프가 정치적 규범을 무시하고 미국 민주주의를 전례 없는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트럼프를 규탄하는 대규모 평화 집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첨예하게 갈린다. 트럼프를 이미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진보 진영은 트럼프를 향한 비판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보수 성향 유권자 가운데는 대규모 집회 자체를 미국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퓨 리서치 센터의 첫 번째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변해도 너무 변해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보다 무서운 존재가 됐다고까지 말하는 미국인이 적지 않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긍정적 평가를 한 이가 거의 없었지만, 중도층 가운데서도 공화당 성향의 응답자들은 70%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 평가는 20%에 그쳤다.
에 앞서 도 티파티식 맹목적 반대를 전략으로 삼는 티파티의 좌파 버전 ‘허브 티파티’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권을 타도하고 전복할 것이 아니라 다음번 선거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게 목표라면 생각이 다른 이들과 접점을 찾아 어떻게든 대화를 시작하는 게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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