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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입맛에 맞는 판사로 물갈이?

NYT,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연방판사 38% 임명 예측…

클린턴 31%, 오바마 29%보다 높아
등록 2017-02-22 18:25 수정 2020-05-03 04:28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막은 로바트 판사. 2003년 부시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상원은 만장일치로 인준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막은 로바트 판사. 2003년 부시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상원은 만장일치로 인준했다. AP 연합뉴스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적도 없는, 시애틀에 있는 판사 한 명이 나라 전체의 법을 정하고 다시 쓴 거죠. 미쳤다는 표현 말고는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런 월권은 미국 역사상 본 적이 없어요. 대통령에게는 우리나라를 보호하고 지키는 데 필요한 상당한 권한이 부여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해선 안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떠오른 백악관 정책 고문 스티븐 밀러가 지난 주말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가로막은 법원에 대한 비판이자, 안보정책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니 사법부가 간섭하지 말라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로바트 판사의 판결 직후 “소위 판사라는 자가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며 조롱 섞인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과연 이번 다툼이 사법부의 월권이나 일개 판사의 오판에서 비롯된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소위 판사라는 자”로 깎아내린 로바트 판사는 주류 공화당 성향이다. 잘나가는 변호사였던 그를 2003년 연방판사 자리에 임명한 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다. 당시 상원은 만장일치로 그를 인준했는데, 초당적 지지를 받은 로바트 판사는 사법부의 독립과 법치를 신봉하는 대쪽 판사라는 평판을 얻었다.

로바트 판사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미국 법조계 안에서 많지 않아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연방항소법원은 행정명령의 효력을 되살려달라는 항고를 기각했고, 버지니아 연방지법도 행정명령 집행을 중지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안보정책에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가로막은 경우는 흔치 않다. 1952년 미국 하원은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즉각 명령을 내리거나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간 동안 이민 목적에 관계없이 모든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중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백악관이 이 법을 근거로 사법부의 간섭을 비난한다면, 이 법의 개정안에 적시된 중요한 전제 조건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이민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인종, 국적, 출생지, 주거지로 인해 특혜나 차별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또한, 특정 종교인이 많은 국가 출신이라는 이유로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는 이번 행정명령의 골자는 헌법상 국교금지조항(Establishment Clause)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아 사법부와 잇단 갈등을 빚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0년 내 가장 많은 연방판사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 기사도 나왔다. 의 그래픽 에디터이기도 한 조시 카츠 기자는 전체 870석의 연방판사직 중 현재 공석인 자리와 종신직이지만 근속 연수가 넘었거나 특정 연령이 넘은 판사들이 은퇴하는 관례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트럼프가 임기 4년 동안 전체 연방판사의 38%를 임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취임 시점 기준으로 빌 클린턴의 31%, 버락 오바마의 2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현직 판사들이 고령에 다다랐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운이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특히 오바마 가 임명 제청한 연방판사 인준 절차를 거부하거나 지연한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이 인준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판사 임명권을 신속히 행사할 것이다.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가로막은 법원에 대한, 장기적이지만 확실한 대책 중 하나로 자신의 정책을 저지하기보다 지지할 판사를 임명해 법원의 지형을 바꾸는 것이 트럼프의 계획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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