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오락가락. 취임 두 달째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관적 정책 기조를 세우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것 중 하나가 국방 분야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국방예산을 대폭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는 ‘미국의 군사력은 충분한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방예산 조정의 필요성을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군사력 활용 기조조차 세우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반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다.
역대 미국 정부가 국방 예산을 인상할 때 항상 특정 임무가 근거로 제시됐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페르시아만 군사 작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소련과 군비경쟁 같은 것들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급 인상안을 요청했다, 미군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말만 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도 어긋난다. 그는 이전에 미국이 앞장서 전세계 군사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현 상황을 “공정하지 못하다” “일본·한국 등 동맹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안보 혜택을 거저 누린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도 수차례 언급했다. 반면 중국과 이란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다. 트위터에 “더 강력하고 확장된 핵전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현재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갖춘 나라의 통수권자다. 군사력을 가늠하는 거의 모든 지표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먼저 미국의 국방예산은 5960억달러(약 669조4천억원)에 이른다. 2~8위 국가의 국방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의 현역 장병 130만 명 가운데 20만여 명이 170여 개국에 파병돼 있다.
미군은 2000년대 초 전쟁을 벌여 늘어난 병력 규모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함께 다시 줄여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육군과 해병대 규모를 현재 66만 명에서 73만 명까지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방예산 참모로 일한 고든 애덤스는 “전쟁을 하지 않고서야 대규모 병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미군 전투기 2200여 대 가운데 공군 전투기가 1400여 대에 이른다. 미군은 특히 F-35를 앞세워 ‘5세대 전투기’ 개발에서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공군 전투기를 추가로 100여 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전투기를 늘려 활용할지는 언급이 없다. 해군 전력도 함정 수를 현재 275척에서 350척으로 늘리고, 항공모함도 2척 더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연간 함정 건조 예산의 60%를 추가해 30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핵전력을 강화하겠다는 자신의 트위터 공약에 대해서는 “까짓것, 군비경쟁 하라면 하죠”라는 식이다. 핵탄두를 더 늘리고 싶은 건지,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합의한 핵 군축 ‘뉴스타트 협정’을 그저 “몹시 나쁘다”고 비판했다. 뉴스타트 협정이 폐기되면 당장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어 군비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군사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보수적 시장주의 성향으로 분류되는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벤저민 프리드먼은 “아무 논의 없이 ‘일단 전력을 늘리고 보자, 군대는 크면 좋다’는 식의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마이클 호로비츠 교수는 “그저 눈에 잘 띄는 무기, 쉽게 계량할 수 있는 상징적 전력에 투자해 과시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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