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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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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 대통령

사실이 아닌 주장을 되풀이하는 트럼프, 취임 닷새 만에 언론은 그가 ‘거짓’을 말한다고 명기했다
등록 2017-02-07 20:10 수정 2020-05-03 04:28
<뉴욕타임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듭 ‘거짓’을 말한다고 못박았다. 대통령이 최고 골칫덩어리가 됐다는 점, 그래서 더욱 언론의 용기가 필요해졌다는 점에서 요즘 한국과 미국의 처지가 닮았다. <뉴욕타임스> 온라인판 갈무리

<뉴욕타임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듭 ‘거짓’을 말한다고 못박았다. 대통령이 최고 골칫덩어리가 됐다는 점, 그래서 더욱 언론의 용기가 필요해졌다는 점에서 요즘 한국과 미국의 처지가 닮았다. <뉴욕타임스> 온라인판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하는 여론이 50%를 넘었다. 불과 취임 여드레 만의 일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부정적 여론 50%’가 처음 나온 게 취임 936일, 조지 워커 부시 전 대통령은 1205일 뒤였다. 트럼프에 대한 평가가 순식간에 바닥까지 내려온 데는 끝없는 거짓말이 큰 구실을 했다.

취임 첫날부터 시작됐다. 백악관 쪽은 트럼프 취임식에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했다. 실상은 전혀 달랐다. 취임 이튿날 취임식이 열린 곳에서 ‘반(反)트럼프’ 성격의 여성 행진대회가 열렸는데, 참가자가 취임식 인파의 두 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첫 공식 일정인 취임식 관련 브리핑에서 거짓말을 했다. “취임식 인원 집계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거나 “대안적 사실”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써가면 ‘팩트’를 외면했다. 트럼프는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의 기자 면전에서 해당 언론사를 “가짜 뉴스”(fake news)라며 무시했다. 진짜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인터넷뉴스 매체 편집장이던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가 됐다.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불법 체류 이민자 수백만 명이 투표권도 없는데 표를 행사했다. 이들의 수백만 표만 없었다면 나는 클린턴에게 전체 득표에서도 압승을 거뒀을 것이다.” 트럼프가 취임 뒤에도 아무 근거를 대지 않고 일방적으로 되풀이하는 주장이다. 투표 부정은 없었다. 트럼프의 태도는 ‘이제 대통령이 되었으니 사실과 거짓도 판별해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거짓을 뜻하는 ‘lie’의 사전적 의미는 “누군가를 속이려는 의도로 꾸며낸 말”이다. ‘의도적으로 속이려는 행위’는 도덕적 비난을 받는다. 대통령처럼 막강한 권한을 쥔 사람이라면, 거짓말에 따르는 비난의 크기도 막대할 수밖에 없다. “거짓말하면 벌 받는다.” “거짓말하면 나쁜 사람.” 어려서부터 누구나 수없이 듣고 자란 도덕의 기본을 대통령이 내팽개쳤다는 보도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적으로 쓰는 데 주저한다. ‘근거 없는’ ‘가짜의’ ‘허위’ ‘잘못된’ ‘확인되지 않은 주장’ 등 거짓말(lie)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트럼프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데도 그렇다.

하지만 는 트럼프 취임 닷새 만인 1월24일 기사 제목에 대통령의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명기했다.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 관련 거짓말을 되풀이한 트럼프’(Meeting With Top Lawmakers, Trump Repeats an Election Lie)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딘 바케이 편집국장은 “기자들과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여전히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사실이 아닌 주장을 취임 뒤에도 되풀이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거짓말’이란 단어를 빼고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단어의 무게와 파급력을 잘 알기에 지나친 사용은 자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소통 전문가 세라 브래디는 언론의 딜레마를 이렇게 정리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어떤 식으로든 검증되지 않는다면 일반 대중은 도대체 뭐가 진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대통령의 거짓말을 지적하는 것은) 언론이 대통령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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