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그분은 자신을 신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그리하여 준엄한 정의의 심판을 손수 내렸던 것일까. 더구나 그분은 지구촌 양대 종교의 교리를 원샷에 실천에 옮겼다. 쿠란에도, 성경에도 나온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교리를 왼손이 모르게 오른손으로, 오른손이 모르게 왼손으로 실천하시어 아들의 눈을 때린 놈의 눈을 마구 때렸다. 증언에 따르면, “내 아들이 눈을 맞았느니 너도 눈을 맞으라”며 놈의 눈을 망신창이로 만들었다.
아니다, 그분이 그럴 분이 아니다. 소싯적 멜로영화의 여주인공과 염문설이 끊이지 않던 그분은 아들의 폭행에 흥분해 스스로 ‘액숀’영화 주인공이 되기로 어렵게 작심하신 것이다. 순간 시네필로 의심되는 그분의 머릿속을 스쳐간 ‘필모그래피’가 화려하다. 먼저 그분은 딸을 때린 놈과 ‘맞장’을 뜨기 위해서 40일간 자신을 치열하게 단련하는 를 떠올렸으나 복수극의 러닝타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핑계로 머릿속에서 삭제해버렸다. 그리고 그분은 조용한 한화 가족을 건드린 놈들을 야산으로 끌고 가 ‘후라시’로 비추고 ‘빠이쁘’로 응징하는 으로 인상적인 인트로를 열었다. 영화적 주제는 소중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처절한 복수를 그렸던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첫 작품 에서 따왔다. 의 고통을 생각하자 시네필 아버지의 본능이 살아나 피가 끓었고, 전광석화 같은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리하여 지체 없이 야산에서 놈의 눈두덩이를 향해 을 휘두른 것이다. 관객이 “마이 무따 고마해라” 할 때까지 양산된 한국산 조폭영화는 그분의 복수극 시나리오를 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 맞고 오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그분은 누가 감히 양승연, 아니 김승연 가문의 를 건드렸냐며 분노하셨고, 전대미문의 앞에서 을 위해 들을 동원하셨다. 그러자 을 위해서 일떠선 를 위해서 들이 나섰다. 이렇게 의 복수 3부작은 완성됐다. 극비리에 촬영됐던 복수극은 는커녕 ‘회장님은 왕이다’라는 상식도 모르는 유흥업소 종업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분의 과도한 영화적 상상력이 세상에 알려져 지탄의 대상이 됐지만, 회장님은 마지막으로 변심한 애인의 애인을 야산에 파묻으려 했던 화제의 퀴어영화 제목을 떠올렸다. !
무릇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는, 아니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것이 언론이 자임한 책무다. 그러한 ‘자뻑’ 정신으로 분석하니, ‘북창동 초토화 사건’의 원인은 폭력적인 게임이 아니라, 자극적인 영화 제목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호환, 마마보다도 무섭다는 조폭영화! 이참에 ‘18금(禁)’, 비판력이 부족한 18살 이상의 아버지에게 조폭영화 관람을 금지하는 법 제정을 강구해야 한다. 한편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대박이 터지는 작금의 충무로 풍토에서 ‘북창동 초토화 사건’의 판권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는 믿거나 말거나 통신이다. 다만 각색이 문제다. 실화를 그대로 영화로 옮기면 ‘싼마이’ 조폭영화도 “형님!” 할 유치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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