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지난해보다는 낫지만 올해도 고추농사는 실패다. 고추와 꽈리고추를 세 그루씩 심었는데, 장맛비가 휩쓸고 지나가자 슬슬 병이 들기 시작했다(사진). 결국 말라죽은 꽈리고추 한 그루와 고추 두 그루를 지난주 말 뽑아냈다. 남은 것도 한쪽 가지 끝부터 말라들어가고 있어 서리 내릴 때까지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7월 이후 주말마다 한 바가지 가까이 꽈리고추를 거뒀고 풋고추와 홍고추도 먹고 남을 만큼 땄으니 본전은 건진 셈인데, 마음은 개운하지 않다.

내 어릴 적 고향의 고추 재배법은 참으로 ‘태평’했다. 고추씨를 밭에 뿌렸다가, 모종이 자라면 적당한 간격을 두고 솎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병에 걸리기 일쑤였고, 수확도 별 볼일 없었다. 요즘은 씨앗부터 종묘사에서 좋은 것으로 산다. 그것을 비닐하우스 안의 모판에 뿌렸다가 본잎이 3~4장 나면 다시 포트에 옮겨, 키가 20~30cm가량 큰 뒤에야 본밭에 낸다. 밭에는 높은 두둑을 만들고, 풀이 잘 자라지 못하도록 비닐로 멀칭도 한다.
고추는 담배와 함께 농촌의 대표적인 돈벌이 작물이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병충해를 막기 위해 정말 겁나게 많은 농약을 친다. 그 덕에 농사가 아주 잘된 고추밭 1단보(300평)에서는 건고추 1천근(600kg)을 거두기도 한다. 건고추 1근은 물고추 5근을 말려야 나오니까, 1단보 농사를 지으면 3t의 고추를 사람이 밭에 쪼그리고 앉아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고추 말리기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비를 피해가며 햇볕에 말린 태양초는 비싸다. 불을 때는 건조실에서 말린 화건 고추는 검붉은 빛이 난다.
고추에는 단맛과 매운맛이 섞여 있는데, 재래종은 매운맛이 아주 강했다. 고추가 매운맛을 내는 것은 캡사이신이란 성분 때문이다. 요즘 재배하는 고추들은 재래종 고추에 비해 매운맛을 5분의1~10분의1까지 줄인 것이다. 한때 크기가 보통 고추의 2배나 되고 단맛이 강한 개량종이 나오기도 했는데, 곧 사라져버렸다. 과피가 두꺼워 말리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고추는 우리나라에서는 ‘피망’이라고 부른다. 피망은 매운 고추든 단고추든 ‘고추’를 뜻하는 프랑스말인데, 일본 사람들이 미국에서 들여온 단맛의 대형 고추를 피망으로 부르면서 우리도 단고추를 피망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요새는 톡 쏘는 매운맛이 나는 청양고추도 인기다. 청양고추는 캡사이신 성분이 보통 고추의 20~30배나 많이 있는 품종으로, 매운 고추의 대명사가 되었다. 청양고추는 충남 청양군에서 나는 고추일까? 청양고추란 이름은 청양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청양고추는 지금은 흥농종묘와 합병해 ‘세미니스코리아’로 이름이 바뀐 중앙종묘가 1983년 개량해 내놓은 고추 품종의 이름이다. 당시 농촌진흥청의 최관순 박사가 일반 재배 고추와 매운 고추인 ‘하늘초’를 교배해 육종한 것을 중앙종묘가 넘겨받아 단점을 보완하고 상품화한 것이다. 세미니스코리아 관계자는 “경북 청송과 영양 지역에 재배하기 적합한 품종을 육성한 뒤, 청송의 ‘청’과 영양의 ‘양’을 따 청양고추라고 이름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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