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가 20회 연장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설 연휴에 감기 걸린 아이를 업고 시댁 가서 음식 장만하고 설거지하느라 몸살 걸릴 판국인데, 때맞춰 방송되는 이 드라마 때문에 화병까지 날 뻔했다는 친구가 문득 떠올랐다.
제목은 ‘삼형제’지만 는 사실 시어머니와 세 며느리를 중심에 놓는 이야기다. 아들 삼형제를 둔 전과자(이효춘)는 10여 년 시집살이한 둘째 며느리 도우미(김희정)를 말 그대로 가사도우미처럼 부린다. 일곱 식구 살림은 물론 나가 사는 시아주버니 양말 빨래까지 고스란히 시키면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가만히 자빠져서 살림만 하는 여편네가 그 정도가 힘들어?”라며 며느리를 살림 노비 정도로 여기는 ‘시어머니적’ 인물이다. ‘80평대 아파트를 가진 명문대 출신 처녀’라더니 사실은 가난한 싱글맘인 새 맏며느리와, 아들보다 연상인데다 처가살이까지 시키는 막내 며느리도 전과자의 눈에 차지 않기는 마찬가지. 모진 시어머니와 막무가내 며느리들의 갈등은 모두를 성격파탄자로 보이게 할 만큼 극으로 치닫는다.
그렇다면 중·장년층 여성의 굳은 지지로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의 인기는 어디서 올까? “고추 당추 맵다 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 운운하는 옛 노래처럼 유구한 전통을 이어 내려온 고부 갈등의 자연스런 산물이라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말대로 며느리들은 전과자를 보며 시어머니를 욕하고 시어머니들은 ‘싸가지 없는’ 며느리들을 보며 분개할 명분을 주기 때문에? 혹은 시어머니들이 전과자처럼 “나 같은 시에미도 없다”며 며느리를 위로하고 며느리들은 “그래도 도우미보다야 내가 낫지”라며 스스로를 달래 대승적 차원의 화합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니까?
그러나 뚜렷하게 알 수 없는 이 드라마의 사회적 가치에 비해 부작용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적잖은 미혼 여성에게 ‘결혼 공포증, 시댁 거부증, 시어머니 혐오증’ 같은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21세기 한국에서 여성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혼자 짊어져야 할 몫이라는 현실은 드라마 또한 쉽게 보아 넘기지 못하게 한다. 시어머니 등쌀에 시달리느라 남편과는 소원해지고 아이들에게 웃는 얼굴 한번 보이지 못하는, 아내도 엄마도 나 자신도 아닌 그저 며느리로만 살아야 한다는 것이 결혼 뒤 예상되는 시나리오라면 거기 뛰어들고 싶을 여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쩌면 가 키워주지도 않을 거면서 툭하면 “아이 많이 낳으라”고 목소리 높이는 정부 정책에 은근슬쩍 반기를 드는 드라마는 아닐까, 하는 수상한 음모론도 머리를 스친다. 방송사 사장 몇 바꿔치는 것쯤은 일도 아니신 ‘각하’께서 눈치채신다면… 글쎄, 각 가정이 세 쌍둥이를 출산하는 해피엔딩으로 드라마를 끝내시려나.
최지은 기자·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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