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뤼크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에 출연한 장폴 벨몽도는 한 인간에게 스타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한겨레 자료
내가 만약 편집장이라면 김도훈에게 패션 칼럼을 맡길 것 같다. 그만큼 스타일이 돋보이는 기자인데, 의 주필이 되어 다시 한겨레신문사로 출근하게 된 그가 얼마 전 이렇게 투덜거리는 걸 들었다. “광대가 된 것 같아요. 여기선 아무도 저처럼 입지 않거든요. 아, 이 무기력하고 칙칙한 풍경이여.”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문제는 간단하다. 나라는 한 인간의 개성을 무시하고 남들이 입는 대로 입기 때문이다. ‘짧은 다리’에 대한 콤플렉스와 점점 더 비옥해지는 ‘술배’를 가리기 위해 몸에 제대로 맞지도 않는 양복에 넥타이만 차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방만함. 당신이 진정 진보라고 생각한다면 그러면 안 된다. 당신의 이상과 신념, 그리고 인체 구조에 맞게 입어야 한다.
미국에서 대히트를 친 남자들을 위한 스타일링 지침서 (Dressing in the dark)의 저자 마리온 마네커에 따르면 남자들의 문제는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마리온이 제시한 것처럼 영화로 배워보자. 영화에 등장하는 불멸의 스타일 아이콘들이 우리에게 옷 입는 법을 알려주니까.
예컨대 장뤼크 고다르의 같은 영화가 좋겠다. 옷 잘 입기로 유명한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이며 그 자체로 ‘누벨바그’(새로운 물결)를 상징하는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진보의 이상과 잘 맞는 영화다. 예술이든 한 인간에게든 스타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장폴 벨몽도는 여유롭게 보이는 더블브레스트와 몸에 잘 맞는 바지, 스트라이프 셔츠와 빈티지한 체크 타이, 그리고 가볍게 눌러쓴 페도라(중절모)를 착용한다. 나른하게 불손하면서도 충동적이되 사색적인 남자의 모습을 옷차림이 완벽하게 대변한다고 할까? 거의 눈이 부실 지경이다. 재킷 주머니에 둘둘 만 신문조차 무심하게 자유분방한 남자의 훌륭한 미장센으로 보일 정도로.
너무 오래된 스타일링 문법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코트며 재킷을 결코 입지 않고 어깨에 걸친 채 지하철을 타는 요즘 젊은이들이 추앙해 마지않는 최고의 베스트드레서 마크 론슨(완벽한 맞춤 슈트에 행커치프까지 꽂고 디제잉하는 영국 뮤지션)은 셔츠와 바지의 핏이 어떠해야 하는지 의 장폴 벨몽도에게 배웠다고 고백했다. 에디 슬리만 같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동시대 최고의 스타일 아이콘 피트 도허티(케이트 모스의 남편. 이 친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젊은 남성 뮤지션들이 손톱 화장을 시작했는지 모른다)는 또 어떤가? 스키니 슈트에 페도라를 즐겨 쓰는 모습은 영락없이 장폴 벨몽도의 브리티시 록 버전 같다.
보수에게 ‘빈틈’없어 보이는 값비싼 슈트는 권력을 상징하는 거다. 그렇다면 권력보다 자유를, 정의를, 사랑을, 즐거움을, ‘섹스’를 더 사랑하는 진보의 옷차림은 어떠해야 할까? ‘빈틈’을 만드는 거다. 억압적이고 무기력한 스타일링 룰을 깨고 자유롭거나 즐겁거나 민주적이거나 섹시해 보이는 아이템을 직관대로 선택해서 자기 멋대로 믹스 앤드 매치 하는 거다. 말랐거나 뚱뚱하거나 자기 몸에 꼭 맞는 슈트 팬츠에 스니커즈를 신을 수도 있고, 팽이 돌리는 사내아이들이 쓸 것 같은 두툼한 털모자를 쓸 수도 있다. 타이를 목에서 제거하고 빈티지한 손뜨개 머플러나 컬러풀한 스카프를 맬 수도 있고 뻣뻣한 드레스셔츠 대신 러닝 티셔츠나 터틀넥 니트를 입을 수도 있다. 선택은 무궁무진하다. 당신 눈에 진정 멋있어 보이는 스타일 아이콘에게서 영감과 자신감과 배짱을 얻어라. 단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건 ‘과정이 즐거워야 스타일이 생긴다’는 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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