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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이 아버님, 안녕하세요. 지난해 9월까지 에서 일하다 지금은 사회부에서 암약하고 있는 송호균 기잡니다. 두 매체 모두 정기구독을 해주고 계시네요. 심심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는 끝났지만, 여러분의 질문은 끝날 줄을 모르네요. 전자우편함에 쌓인 질문 중 하나를 골랐습니다. 아진이의 천진난만한 눈망울 앞에서 말문이 막혀 ×팔리셨을 독자님의 황망함을 떠올려봅니다. 기자들의 존재 이유인 독자님들의 궁금증을 해결해드리지 못하는 불충이라니….
어쨌든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의 안아무개 교수는 “손톱은 신경다발이 모여 있는 손끝을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명쾌하게 답했습니다. 발톱도 마찬가지랍니다.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전화기를 들고 있는 손끝이 간질간질해집니다. 뭘 더 물어봐야 할까요.
대신 ‘손톱’(혹은 발톱)이 없는 세계를 상상해봤습니다. 안 교수의 설명처럼, 우선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 상처를 입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밴드나 연고를 만드는 회사가 엄청난 이윤을 누릴 겁니다. 연약한 살 끝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장갑과 양말을 만드는 회사도 다국적 대기업으로 성장합니다. 끝부분은 손발톱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도록 딱딱한 재질로 만들어질 겁니다.
우리의 일상생활도 참 많이 달라지겠지요. 개막전을 앞두고 있는 야구라는 경기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가 아닐 겁니다. 손톱 혹은 손가락 끝으로 실밥을 잡아챌 수 없는 투수들은 밋밋한 공만을 던져야 할 것이고, 유례가 없는 수준의 ‘타고투저’ 현상이 벌어질 겁니다. 오는 3월29일 개막전에선 4개 구장에서 모두 387개의 홈런이 터지고, 8개 구단의 야수들은 모두 2435점의 스코어를 냅니다. 경기당 평균 13시간가량이 걸립니다. 3회마다 선수와 관중이 식사를 할 수 있는 휴식 시간이 제공되겠지요. 7~8회까지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지구상에서 사라집니다. 방어율이 200점대 정도 되면 ‘특급 투수’라는 꼬리표가 붙을 겁니다. 축구라는 경기는 아예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패스.
한국산 손톱깎이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1등 상품’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값싼 중국산에 밀리는 추세라지만, 여전히 전세계에서 팔리는 손톱깎이의 절반가량이 한국산입니다. 손톱이 없다면, 손톱깎이는 필요 없겠지요. 이 회사들은 당장 도산할 겁니다. 손톱깎이는 손발톱을 깎는 데만 쓰지 않습니다. 잔가시나 티눈 등을 뽑아낼 때도 쓰지요. 그것을 위한 별도의 상품이 개발되어야 할 겁니다. ‘가시뽑이’? 물론 독자님의 설명대로 귀나 콧구멍을 파도 지금처럼 시원하지는 않겠지요.
그만큼 중요한 손톱입니다. 사족이지만, 어른들은 “손발톱을 밤에 깎지 말고 아무 데다 버리지도 말라”고 말씀하시지요? 다른 여러 문화권에서도 손톱에 주술적 의미를 부여했다고 합니다. 잘라낸 손톱 조각이 그 주인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다는 믿음일 텐데, 마다가스카르의 한 부족은 부족장의 손톱을 전담해서 먹어치우는 직책을 두기까지 했답니다. 독자님의 궁금증을 해소하려다보니 갑자기 이런 궁금증이 생기네요. 발톱도 먹였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령 제2000호에서, 기자의 현지 취재 방식으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송호균 사회부 기자 uknow@hani.co.kr‘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2008년 제727호 ‘자장면 올리던 계란은 어디 갔나요’부터 2013년 제979호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까지 만 5년간 253개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어떻게 타이어가 신발보다 쌀 수 있는지, 낙서를 왜 하는지, 초파리는 어디서 오는지, 왜 바지사장이라 하는지… 이젠 궁금하면 ‘네 이웃’에게 물어보세요~.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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