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사회자 김용민씨의 소개대로 거리에 나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몸싸움을 벌이지 않고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는 활동을 하는 ‘예스맨’ 앤디 비클바움이 등장했다. 그의 얼굴은 ‘순진’했다. “그런 잘생긴 얼굴로 거짓말하니까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한 청중의 문자메시지 질문에 폭소와 함께 고개가 끄덕여진 것처럼. 예스맨은 스스로 ‘명의보정가’라고 명명한 활동을 통해 부자 나라를 대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다국적기업 등을 혼내고 다닌다. 가히 예술적인 방법으로.
사회자가 도입부에 든 비유가 일종의 ‘예스맨 방식’이랄 수 있겠다. “배칠수씨가 청와대 대변인에게 전화를 건다. 이명박 대통령 목소리로. ‘가톨릭까지 반대하고 나서는 것 보니까 정말 잘못한 것 같다. 지금 4대강 사업을 모두 취소하고 그 돈을 저소득층에게 사용하도록 하지.’” 하지만 한국에서 그런 식으로 하면 아마 큰일 날 것이다. “실제로 저 프로젝트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다면? 배칠수씨는 아마 체포·구속에 방송 출연 금지까지 당할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최후의 낙인, 좌파 낙인을 찍고 끝날 것이다.” 이런 사회자의 우려가 첫 번째 질문이 되었다. 대답은 명쾌했다.
사회: 지금 한국에서는 ‘회피연아’ 사건처럼 장관에게 네티즌이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는 일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앤디: 장관 쪽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다. WTO 사이트와 똑같은 사이트를 만든 데 대해 WTO 쪽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적힌 전자우편을 보낸 적이 있다. 우리는 이 전자우편을 여러 사이트에 올렸다. 미국 상공회의소 대변인 역할을 했을 때는 실제 상공회의소 직원이 나타나서 무엇을 집어던지려고 한 일이 있다. 그러자 기자들이 재밌는 이야기라고 달려들었고 여러 뉴스에 보도됐다. 주목받는 것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고소해주면 땡큐다. 당신이 하는 일이 대중의 지지를 받으면 된다.
청중1: 영화 도 개봉하고 같은 이름의 책도 나왔는데, 여기서 나오는 이익금은 어떻게 사용하나.
앤디: 그렇게 많은 이익금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들었다. 비디오카메라로 영화를 찍었는데, 찍는 중에는 별로 비용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필름으로 전환하는 데 30만달러가 들었다. 개인 후원자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이익금이 많이 나오면 전용기도 사고(청중 웃음), 우리가 지금 시작하는 ‘예스맨맵’ 사업도 잘해나갈 것이다.
청중2: 이런 행위들로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그냥 당신이 세상을 즐기는 건 아닌가.
앤디: 예스! (청중 웃음) 물론 우리 방법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실질적으로 정책을 만들거나 연구하는 곳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역사는 빨리 변한다.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소련이 붕괴되고 미국 노예가 해방되는 것을 당시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투쟁을 하는 와중에는 결정적인 순간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그런 순간이 안 올 수도 있다. 행위 하나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지만, 그나마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다면 지금 이 세상은 더 험악해질 것이다.
청중3: 지금 얼굴이 많이 알려져서 더 이상 활동하기가 힘들지 않나. 후진을 양성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앤디: 사실이다. 예스맨 사이트(theyesmen.org)를 통해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우리에게 도움을 청해오는 단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어떤 방법으로 불만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에 항의할지 웹페이지에서 논의하고 있다. 사이트에 가면 어떻게 가짜 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지, 꼭 연기를 잘할 필요는 없지만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청중4: 한국에서는 활동 계획이 없는가.
앤디: 없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너무 겁을 먹고 있는 것 같다. 여기 계신 분들은 다 똑똑해 보인다. 다 잘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사이트를 참조해라.
사회: 마지막으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한다.
앤디: 1등이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을 의미한다면, 그리고 그게 맘에 안 든다면, 그냥 무시해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라. 그러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정유진 19기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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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