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에 있는 동안 마히아를 꼭 한번 보고 싶었다. 마히아는 지난 1월2일치 742호 표지이야기 ‘아파도 아프지 마라, 마히아’에 등장한 어린이다. 서울 망우리에서 태어나 올해 네 살이 됐지만 여전히 한국 국적도 없고 부모를 따라 방글라데시 국적도 얻지 못한 무국적자다. 얼마 전엔 문화방송 에 소개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에 가서도 무국적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파티마의 현재는 마히아의 미래이기도 하다.
김치·달걀이 점심 반찬10월29일 낮에 찾은 ‘샬롬의 집’ 보육실. 마히아는 여전히 감기와 가장 친한 친구였다. 이날도 감기 때문에 쇼칼(방글라데시)·랜델(필리핀)과 함께 구리에 있는 종합병원에 다녀왔다. 모두 건강보험 적용 제외 대상이라, 간단한 진료를 받고 일주일치 감기약을 타는 데 1인당 6만원이 들었다고 보육교사 김갑숙씨가 설명했다. 김씨는 “마히아는 아직도 감기를 달고 살아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 만났을 때보다 마히아의 한국말 실력이 부쩍 늘었다.
-마히아, 안녕. 아저씨 알아?
=알아요.
-어디 아팠어요?
=머리.
-콜록콜록 기침도 했어?
=응.
-의사 선생님이 약 먹으면 낫는대?
=응.
-점심 반찬은 뭐 먹었어요?
=김치랑 달걀이랑.
-지금도 집에서 ‘달’(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즐겨먹는 국) 안 먹어요?
=응, 안 좋아해.
옆에 있던 교사 김씨가 “마히아 어느 나라 사람이야?”라고 묻자 마히아는 “한국 사람”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말 이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들 가운데 베티가 지난 8월 말 부모와 함께 인도로 돌아간 것을 빼고는 큰 변화는 없다. 낮잠 시간을 맞아 이불을 깔고 누운 마히아에게 여전히 할 수 있는 말은 “아프지 마라”였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한글을 모르는데다 외부 접촉도 가능한 한 삼가기 때문에 아이들 보육에 관한 정보에 둔감한 편이다. 교사 김씨는 “이주노동자 부모의 경우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한국 부모의 30% 정도 수준인 것 같다”며 “관심이 있더라도 언제 단속당해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부모들은 장기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주아동권리보장법’ 어떻게 될까‘세계이주민의 날’(12월18일)을 앞두고 12월15일 국회에서는 ‘이주아동 권리보장,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다. ‘이주아동권리보장법’ 발의를 앞두고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실이 주최하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의 담당 공무원과 시민단체가 참가해 관련 법안 내용을 놓고 토론할 예정이다( 779호 ‘이주아동 인권보호 한 발 내딛나’ 참조). 김 의원이 발의하려는 법은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한국에서 3년 이상 체류한 모든 이주아동에게 영주권을 주고, 의료보험 혜택과 중학교 의무교육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마히아는 물론 파티마와 알리프 모두 그들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순전한 부모의 선택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어린아이들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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