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 지원 호소하며 60일간 단식 중인 법륜 스님 인터뷰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인권OTL-30개의 시선 ⑭]
“우리가 막아야 한다. 우리가 살려야 한다.”
법륜 스님은 애가 탔다.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경북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금식과 명상으로 정진 중임에도, 의 서면 인터뷰 요청에 A4용지 석 장 분량을 빼곡히 채운 답변서를 7월24일 보내왔다. 스님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은 없다”고 강조했다.
60일 가까이 단식 중인데.
=5월 중순 북한 동포들의 아사 소식을 듣고 ‘저들이 굶주리는데 어찌 나만 먹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에 ‘북녘 동포를 살리자’고 호소하며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처음엔 저쪽의 아픔을 함께한다는 ‘동체대비’의 마음이었는데, 요즘은 저들의 죽음을 방치한 이쪽의 죄를 대신 짊어진다는 ‘대속’의 마음이 더 많이 든다.
북녘의 현재 식량 사정을 평가한다면.
=5~6월에는 황해남·북도 농촌이 특히 어려워 아사자가 많이 나왔는데, 황해도는 7월 들어 햇보리, 햇밀, 햇감자 등이 나오면서 아사자가 좀 줄어들었다. 지금은 강원·자강·양강·함경도 순으로 어렵다. 풀죽으로 연명하는 세대가 점점 늘어나면서 특히 노인이 많이 죽어나가고 있고,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도시 시장 주변에 ‘꽃제비’ 아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대기근 때는 배급이 나오다가 끊기니까 한꺼번에 무리 죽음을 당했는데, 지금은 지난 10년간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배급이 없었기 때문에 장사, ‘뙤기밭’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며 생존해와서 생존경쟁에서 밀리는 극빈층부터 죽어나간다. 그래서 아사자가 늘어나는데도 사회문제가 덜 되는 편이다. 죽을 사람들이 죽는다며 북한 사회 안에서도 외면되는 측면이 있다.
올 식량난이 예년과 다른 점은 뭔가.
=2006년 북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이 거의 중단됐다. 2006년과 2007년 연속된 홍수 피해, 2008년 한국 정부의 식량 지원 중단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5월부터 아사자가 발생했다. 올해 식량난은 예년의 일상적 식량난과는 다른, 아사 위험이 큰 긴급 재난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갈수록 아사자가 더 많이 나올 게다. 우리가 막아야 한다.
남북관계가 가시밭길이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내 식대로만 하려면 사랑하는 부부지간에도 갈등이 생긴다.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남쪽이 좀 아량을 가지고 북쪽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서 남북 교류가 활성화됐다. 그런데 이런 남쪽의 양보 방식에 대해 남쪽의 일부 사람들이 불만이 있었다. 지금 남쪽의 새 정부는 남북이 서로 똑같이 주고받자고 하니까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계속 싸우든지, 서로 양보해서 타협하든지, 아니면 한쪽이 더 양보해서 포용하든지 해야 한다. 그동안 쌍방 간에 합의한 것들에 대해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족 문제를 너무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 당국의 실랑이 속에 옥수수 5만t 대북 지원도 무산됐는데.
=북쪽이 어려울 때 남쪽의 아량이 필요하다. 그런데 남쪽이 “준 만큼 받겠다” “고맙다는 인사를 듣겠다” 하다 보니, 북쪽은 “우리가 거지냐” “줘도 안 받는다” “너 없이도 산다”는 식으로 나온다. 남쪽은 북쪽에 식량이 없어서 죽는 사람이 생긴다면, 우선 조건 없이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 북쪽은 남쪽이 지원하겠다고 하면 양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감사히 받아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대북 지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굶어죽는 노인과 아이들이 총을 쏜 게 아니다. 굶주림의 문제가 해결되려면 식량이 들어가야 한다. 금강산 사건 해결과 관계없이 대북 식량 지원은 이뤄져야 한다. 경기침체, 고물가 등으로 우리 살림살이도 지금 어렵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굶주리거나 굶어죽지는 않는다. 북녘 동포들은 굶주리고 있고, 일부는 죽어가고 있다. 우리가 좀 덜 먹고 덜 쓰는 소박한 생활로 절약한 경비를 굶주리는 동포들에게 보내자.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은 없다. 북녘 동포들도 어렵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해 사시라. 우리가 식량을 싣고 곧 북녘으로 달려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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