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학문보다 권력을 좇는 교수 사회를 향한 일침, ‘지식인의 배신’을 말한 조국 교수</font>
▣ 글 김민 15기 독자편집위원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font color="#C12D84">제5회 인터뷰 특강-배신 ⑥ </font>
강연 내내 여성 청중들의 상체는 눈에 띄게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작렬’했다. 듣자하니 오늘 강연만 신청한 여성분들도 꽤 있단다. 그렇다. 오늘의 강연자는 ‘올바른’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법학자, 거기다 플러스알파로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소유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다. 조국 교수는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font color="#216B9C">조국(이하 조) : 본인은 뭐… ‘범생이’라 생각하고 있다.</font>
겸손함까지 추가! 사회자 오지혜씨는 “남자분들, 괜히 오신 듯 싶죠?”라는 말로 나를 포함한 강연장의 남성 청중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font color="#00847C">오지혜: 법조인이 아닌 학자의 길을 택한 동기는?</font>
<font color="#216B9C"> 조: 지금 대학에 들어갔다면 법조인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82학번인데, 대학에서 광주 민주화운동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법의 정신과 원칙들이 실제 내가 눈으로 봤던 법과 전혀 달랐다. 이후 기존 법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게 됐고, 그 대안을 학문에서 찾으려 했다.</font>
조선시대 훈구파의 문제를 돌아보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수와 정치권이 건강한 상호관계를 맺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학자의 역할은 기성 권력을 비판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교수 출신으로 훌륭한 정치인이 된 사람도 있다. 사회개혁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오랫동안 갈고닦은 뒤 그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학자가 이런 ‘내공’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정계에 진출할 때 발생한다. 이럴 경우 기존의 정치 시스템에 변화를 줄 수 없다. 오히려 안착하게 된다.
한국 정치는 기본적으로 소용돌이적 성격을 갖고 있다. 사회의 모든 부분을 빨아들이고 부숴버린다. 정당정치가 제대로 안착되지 않은 상태다 보니 선거 때마다 뉴페이스, 새 피가 필요하다. 정치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교수는 좋은 대안이다. 정치권에서는 아직 학문적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교수들까지 쏙쏙 빼가고 있다. 지금 장관, 대통령 비서, 국회의원 후보 상당수가 교수인 건 이런 상황에 의거한다. 준비되지 않은 학자들은 결코 기존의 정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교수 입장에서도 학문보다 권력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학자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고 교수라는 간판을 무기로 바로 정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려는 욕망이 있다. 이는 대학에도, 학생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교수도 물론 자신의 지식을 기반으로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다. 아니 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지역구에 출마해 “한 표 주십쇼” 하고 외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조선시대에는 학자 출신 정치집단인 훈구파와 사림파가 있었다. 이 두 집단에는 핵심적 차이가 있다. 훈구파는 권력을 잡는 것,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공부를 하는 성향이 강했다. 이 때문에 기존 정치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기 힘들었다. 사림파는 공부를 하다가 기회가 되면 봉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정치를 했고,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미련 없이 고향에 돌아왔다. 역사적으로 훈구 세력에 의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의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출마한다고 수업은 뒷전? 소송 가능
<font color="#C12D84">청중1: 교수가 갑자기 출마하는 바람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으로서 억울하다.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font>
<font color="#216B9C">조: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 대학교육은 일종의 서비스다.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면 당연히 환급을 받아야 한다. 불성실한 강의를 입증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승소가 가능하다고 본다.</font>
애초에 사회자는 조국 교수를 ‘올바른 선비, 돈키호테를 꿈꾸는 학자’라고 소개했다. 자신이 속한 교수사회를 비판하며 끊임없이 각성을 요구하는 조국 교수. 교수사회 일각에서는 그를 두고 ‘배신자’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배신자들이 많아질수록 우리사회가 더욱 건강해질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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