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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수로 빛바랜 광주비엔날레, 그럼에도…

[우리동네뉴스] 윤범모 이사장, 양안 갈등에 ‘오락가락’… 2014년 ‘세월오월’ 전시 외압 이어 2026년에는 특별관 명칭 논란 구설수
등록 2026-09-24 22:39수정 2026-09-25 06:36
제16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립대만미술관이 2026년 9월5일부터 11월15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운영하는 ‘대만 파빌리온’ 전시장 입구.

제16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립대만미술관이 2026년 9월5일부터 11월15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운영하는 ‘대만 파빌리온’ 전시장 입구.


2014년 ‘세월오월' 전시 외압 사태로 파행을 겪은 광주비엔날레가 2026년에는 특별관 명칭을 놓고 대만 예술인에 대한 외압, 중국 예술인들의 반발 논란을 동시에 부르며 창설 30여 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중국 파빌리온(특별관) 문을 열지 않은 채로 9월4일 개막했다. 철수 의사를 밝힌 중국 쪽 작가들을 끝내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2026년 행사 기간은 9월5일부터 11월15일까지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미술관(옛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16회 광주비엔날레 특별관 작품을 설치하던 중국 작가들이 광주비엔날레의 대만관 명칭 사용 허용은 중국 주권 침해라며 전시 철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미술관(옛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16회 광주비엔날레 특별관 작품을 설치하던 중국 작가들이 광주비엔날레의 대만관 명칭 사용 허용은 중국 주권 침해라며 전시 철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만 파빌리온’에 중국 작가들 반발

 

중국 쪽 작가들은 광주비엔날레가 대만 작가들에게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허용한 것을 철수 이유로 밝혔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은 국제 행사 등에서 ‘대만’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은 대만을 주권국으로 취급해 자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해왔다.

갈등은 미리 예견됐다. 광주비엔날레는 2018년 제12회 행사부터 국제 미술기관과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2026년 처음 중국과 대만이 동시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광주비엔날레는 2026년 1월 국립대만미술관과 전시 협약을 맺은 뒤 업무용 전자우편을 주고받을 때 ‘대만(Taiwan) 파빌리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다 6월 공보물 등에 영문 약칭인 ‘NTMoFA’를 쓰겠다고 했다. 대만 문화부는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써야 한다며 반발했고, 국내 예술 단체는 전시 외압과 검열이라고 가세했다. 광주비엔날레는 8월25일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명칭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중국 쪽이 반발했다. 8월27일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을 항의 방문했고 하루 뒤 중국 작가들은 작품 설치를 중단했다. 8월3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입장문을 내어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 따라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대만 파빌리온 명칭은 예술 영역에서 참여 예술가들에게 맡겨진 표현일 뿐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광주비엔날레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 작가들의 전시 포기를 막지 못했다.

광주비엔날레의 ‘대만관’ 명칭 사용 허용에 반발하며 철수한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

광주비엔날레의 ‘대만관’ 명칭 사용 허용에 반발하며 철수한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


 

사전에 명칭 조율 못한 한계 노출

 

광주 문화계 인사들은 광주비엔날레 쪽의 무책임한 행정을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선정 작가인 홍성담 작가는 박 전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한 ‘세월오월’ 작품을 제작했다.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는 전시 주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작품 수정을 요구했고 홍 작가는 박 전 대통령을 닭으로 바꿔 그렸으나 끝내 전시하지 못했다. 당시 특별전 전시 기획자는 윤범모 현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장이다. 2014년 ‘세월오월’ 사태를 지켜봤던 ㄱ씨는 “당시 윤 이사장은 행정과 예술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하는 대신 사직으로 책임을 회피했다”며 “올해 대만과 중국이 동시에 참여했다면 당연히 외교 문제가 불거질 것을 예상하고 명칭 문제를 미리 정리했어야 하지만 몇 달간 가만히 있다가 갈등이 불거지자 오락가락하는 자세를 보이며 국제 미술계에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전남광주=글·사진 김용희 한겨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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