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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범죄도시 아닙니다

[우리동네뉴스] 경찰 한 명의 거짓말이 불러온 나비효과… ‘범죄율 1위’는 통계 착시
등록 2026-09-24 22:38수정 2026-09-26 08:19
2026년 9월4일 제주시 한림읍의 야자수 농장 앞에서 제주올레 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이 농장에서 8월24일 장기 실종됐던 30대 여성 장아무개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한겨레 서보미 기자

2026년 9월4일 제주시 한림읍의 야자수 농장 앞에서 제주올레 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이 농장에서 8월24일 장기 실종됐던 30대 여성 장아무개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한겨레 서보미 기자


“추석 연휴에 제주도 가는데 가족 의견이 나뉘네요. 가자, 말자. 어찌해야 할까요?”

한가위 연휴를 앞둔 2026년 9월 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 여행을 고민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계획대로 여행을 떠나라”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조언이 하나씩 따라붙었다. “밤에는 숙소에만 있어요.” “혼자는 다니지 마세요.”

제주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경찰관 한 명의 거짓말에서 시작됐다.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부아무개 경장은 5월15일 30대 여성 장아무개씨가 실종됐다는 남자친구의 신고가 접수되자 “통화가 됐다. 본인 위치는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거짓말로 사건을 덮었다. 7월2일에도 60대 남성 박아무개씨의 실종 신고를 비슷한 수법으로 허위 종결했다. 하지만 “무사하다”던 박씨는 8월22일, 장씨는 8월24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사이 부 경장이 사건을 담당하지 않은 다른 실종자 2명의 주검도 수습됐다.

 

‘실종지도’와 ‘귤보디아’

 

여론의 분노는 “할 일이 많아질까봐” 총 27건의 실종 사건을 조작한 경찰관에게 번번이 뚫린 경찰의 실종 대응 시스템으로 향했다. 관리자 승인 없이 담당자가 단독 종결 가능한 전산망, 부실한 성인 실종 대응, 늑장 수사와 수색 같은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였지만 제주는 한순간에 치안 공백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추락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제주도 실종지도’가 등장했고, ‘귤보디아’(귤과 캄보디아의 합성어)라는 멸칭도 생겨났다.

2026년 9월4일 30대 여성 장아무개씨가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야자수 농장에 폴리스라인(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다. 한겨레 서보미 기자

2026년 9월4일 30대 여성 장아무개씨가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야자수 농장에 폴리스라인(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다. 한겨레 서보미 기자


제주가 ‘범죄도시’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통계가 활용되기도 했다.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2025년 제주의 범죄 발생비(주민등록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4193.8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긴 하다. 하지만 인구수에는 제주에 주민등록을 둔 도민(약 67만 명)만 들어가지만 범죄 발생 건수(약 2만7880건)에는 외지인이 저지른 범죄도 들어간다.

렌터카를 모는 관광객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도 제주의 범죄 건수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매년 1300만 명 넘는 관광객이 찾는 제주는 생활인구(특정 지역에 머무는 사람)가 많아 범죄 발생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엘에이치(LH)토지주택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주민등록인구 대비 생활인구 비율 1위 지역은 제주였다. 한 경찰관은 “제주는 상주인구가 적어 범죄율 1위가 됐지만 통계의 착시가 있다”고 했다.

 

‘안심여행기구’ 개설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제주에는 중국인이 많다보니 이번 실종 사건을 두고 ‘중국 배후설’ 같은 괴담까지 나온다. 하지만 경찰청이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검거된 피의자 중 외국인 비율은 제주의 경우 3.5%로 1위인 경기 남부(4.13%)보다는 낮고 서울(3.42%), 인천(3.19%)과는 비슷한 편이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제주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8월28일부터 한 달간 해안가·올레길·골목상권을 중심으로 연인원 1600명을 투입해 순찰을 강화하고, 1인 여행객을 위한 ‘안심여행기구’도 개설한다.

제주=글·사진 서보미 한겨레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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