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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속도전에 전력 문턱이 낮아진다

2027년 3월 일정규모 이하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최대 4건 중 3건 심사 없이 통과 추정
등록 2026-10-15 19:17수정 2026-10-20 11:01
네이버가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내부 모습. ‘데이터센터 각’ 누리집

네이버가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내부 모습. ‘데이터센터 각’ 누리집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팹, 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이재명 대통령)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2027년 3월부터 비수도권에 짓는 일정 규모 이하의 AI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전력계통영향평가가 면제된다. 지난 2년 동안의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심의 현황 자료로 모의실험한 결과, 전력계통영향평가가 면제되면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 중 최대 30~74%(건수 기준)가 면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10㎿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사업자가 주변에 미치는 영향과 위험도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2024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전력망이 포화한 수도권 같은 지역에 대형 전력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고, 전력 수요가 전력 생산지로 분산되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시행됐다.

 

면제 전력용량 기준은 협의 중

 

한겨레21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각각 제출받은 ‘전력계통영향평가 심의 현황’(2026년 8월20일 기준)과 ‘데이터센터 전력계통영향평가 시범운영 신청 현황’(1차 기술검토 신청·2026년 7월31일 기준)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를 보면, 전력계통영향평가 시범운영이 시작된 2024년 8월부터 현재까지 2년 동안 한전에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력계통영향평가인 1차 기술검토 신청(‘이 장소에서 이 날짜부터 이만큼의 전기를 쓰고 싶다’는 사업자의 신청)은 999건·82기가와트(GW)였다.(중복 신청 물량 포함 추정) 한전은 인근 변전소와 송배전선로의 여유 등을 고려해 이 중 577건·45.6GW에 대해 ‘공급 가능’으로 회신했다.

‘공급 가능’ 응답을 받은 사업자가 기후부에 계통 영향, 자가발전·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계통 부담 완화 방안, 사업 능력 등을 담은 전력계통영향평가서를 제출하면, 기후부 전력정책심의회가 심의하는데 이를 통과한 데이터센터는 59건·5.9GW였다. 신청 전력용량 대비 심의를 통과한 용량이 약 7%다. 심의를 통과한 사업은 전기사용 신청과 계약 절차를 거쳐 실제로 전기를 받게 된다.

이런 가운데 2027년 3월부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이 법 제19조(‘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관한 특례)에 따라 비수도권에 구축되는 일정 규모 이하의 AI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전력계통영향평가가 면제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을 지역으로 돌리고, 글로벌 AI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과 투자 유치를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완화를 기후부와 한전 자료에 대입하면,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중 최대 30~74%가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받는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부가 실무협의를 통해 시행령에 들어갈 면제 전력용량 기준을 마련 중이다.

AI 진흥을 중시하는 과기정통부는 100㎿ 이하,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기후부는 50㎿ 이하는 면제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실제 구체적인 전력 수요를 확인하며 합리적인 면제 기준을 협의 중”이라며 “현재 부처 간에 특정 수치를 고수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심의 탈락 11건 중 8건도 사업 가능성
케이티(KT) 관계자들이 2026년 10월14일 인공지능(AI) 전용회선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케이티(KT) 관계자들이 2026년 10월14일 인공지능(AI) 전용회선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차 기술검토를 신청한 비수도권 340건·38.1GW를 이에 대입하면, 면제 대상은 100㎿ 이하일 때 253건(74.4%)·16.1GW(42.3%), 50㎿ 이하일 때 108건(31.8%)·3.8GW(9.9%)에 달한다. 기준이 느슨할 때(100㎿ 이하)는 4건 중 3건이,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할 때(50㎿ 이하)도 3건 중 1건이 면제되는 셈이다. 전체 비수도권 신청 전력용량의 중앙값은 80㎿다.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심의 대상 총 61건에 대입하면, 면제 대상은 100㎿ 이하일 때 44건(72.1%)·2.8GW(47.8%), 50㎿ 이하일 때 18건(29.5%)·0.63GW(10.6%)로 나타났다. 또 지금까지 정부 심의에서 떨어진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11건 중 각각 100㎿ 이하 기준 8건(0.53GW), 50㎿ 이하 기준 3건(0.12GW)도 심의 자체를 받지 않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비수도권 전력망도 여유롭지 않은 가운데 데이터센터라는 큰 규모의 전력 수요가 새롭게 들어오면 전력계통영향평가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오히려 이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은 법과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이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 몫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들이 있다.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를 나타내는 글로벌 표준 지표인 ‘전력사용효율’(PUE·1에 가까울수록 전력사용효율이 우수)과 관련해 독일은 PUE 목표를 신규 시설 1.2, 기존 시설 1.3(2030년 7월부터)~1.5(2027년 7월부터)로 ‘에너지효율법’(EnEfG)에 수치를 명시했다. 위반시 최대 10만유로(약 1억5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현재 기존 시설 기준이 1.5에서 1.6, 1.3에서 1.4로 완화되는 등의 개정안이 의회에서 심의 중이다. 중국은 법률은 아니지만 ‘강제성 국가표준’으로 PUE를 1등급 1.2, 2등급 1.3, 3등급 1.5로 규정한다. 이를 행정심사 기준으로 직접 적용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프로젝트는 불허, 착공 제한, 시정 명령 등 행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

 

독일·중국·아일랜드 등은 규제 강화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과 관련해서도, 독일은 에너지효율법에 2024년부터 전력의 50%, 2027년부터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현장 발전이 아니라 회계상 충당도 인정되고, 100% 충당 시점이 2030년으로 연장되는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아일랜드는 가동 후 6년 안에 연간 전력 수요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전력망 접속 조건으로 준수하도록 했다. 중국 베이징은 2021년 이후 건설된 데이터센터에 대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매년 10%씩 올려 2030년 100% 도달을 권장하고 있다.

박지혜 의원은 국제적 추세를 고려해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이다. 박 의원은 “규제는 산업발전을 막는 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라며 “PUE 기준, 재생에너지 조달, 전력사용량 정보공개 등을 담은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전력계통영향평가 비수도권 면제는 AI 데이터센터로 인정받은 시설에만 적용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상 AI 데이터센터로 인정되는 기준은 시행령으로 정할 예정이라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앞의 자료에서도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자우편·클라우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데이터센터’와 AI 모델 학습과 추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훨씬 더 많은 전력과 물을 사용하는 ‘AI 데이터센터’가 구분돼 있지 않다. 다만 사업자들은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받기 위해 최대한 AI 데이터센터로 인정받으려 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앞 추정치들은 신청이 모두 AI 데이터센터로 인정된다고 가정한 최대치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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