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4일 서울 마포구 동물입양센터 아름품 건물에 연대 시민의 반려견 ‘창석이’가 찾아오자 활동가들이 기뻐하며 놀아주고 있다. 신다은 기자
“창석이 왔어!”
조용하던 공간에 일순 활기가 돈다. 산책하던 시민이 반려견 ‘창석이’를 서울 마포구의 동물입양센터 ‘아름품’에 데려왔다. 각자 할 일에 바쁘던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한껏 들뜬 얼굴로 맞이한다. 동물이 사라진 입양센터에서 강아지의 방문은 사람보다 귀하다.
아름품은 카라가 시민들에게 유기동물 입양을 홍보하던 공간이다. 시민들이 입양 이후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가정집처럼 꾸몄다. 지금은 아름품에 동물이 없다. 2025년 11월2일 카라 운영진이 활동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건물 매각을 추진하며 동물들을 모두 데리고 경기도 파주로 떠났기 때문이다. 카라 활동가들은 아름품을 24시간 지키는 농성에 들어갔다. 단체 운영진의 독단적 결정을 견제하고 시민들과의 접점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농성 94일째를 맞이한 2026년 2월4일 최민경 민주노총 카라지회 긴급대책위원장을 아름품에서 만났다.
—아름품을 지키는 이유를 말해달라.
“파주 더봄센터가 동물보호소 역할이라면 아름품은 동물권을 주제로 한 인식 개선과 문화·교육 활동을 담당한다. 구조된 동물의 불쌍한 이미지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가정과 비슷한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입양 보내는 게 아름품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걸 팔고 파주로 간다면 다시 동물보호소 위주의 활동으로 축소될 것이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행동’과 ‘카라 전환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국내 동물권 운동이 일시적 모금이나 구조에만 매몰되지 않고 시민 의식을 바꾸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봤다. 카라가 그런 운동의 거점이 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보호소 중심의 활동으로 돌아갈 것인가 전환점에 서 있다.”
—기존에도 단체의 방향성에 관해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민주적 소통 구조가 사라지고 동물복지 후퇴와 사내 괴롭힘이 심각했다. 이를 바꿔보려고 사내 게시판에 의견도 올려보고 노조 교섭도 해봤는데 아무런 소득이 없었고 오히려 미움만 샀다. 대화 중심의 업무 메신저는 폐쇄됐고 회의 때 어렵게 용기 내어 건의한 사람은 업무가 바뀌거나 징계당했다. 사료 후원을 1t씩 받던 유능한 활동가가 단순 신청 관리 업무를 맡는 식이다. 포스트잇 시위나 사내 피케팅을 했다가 징계당한 활동가도 10명이 넘는다. 징계가 잦아지니 동료끼리 몰래 투서를 넣고 감시하는 일까지 생겼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보람과 열정으로 일하던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으니까 너무 힘들었다.”
—아름품 매각도 사 쪽과 접점을 찾기 어려웠나.
“노조도 사 쪽과 대치가 길어져 단체가 무너지는 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운영 체제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거부당했다. 노동위원회가 노사 화해를 권고한 적도 있다. 그때 사 쪽이 들고 온 안은 건물 매각 재검토도 활동가 징계 취소도 아니고 ‘건물에 붙은 펼침막을 떼라’는 거였다. 노조가 농성하는 이유가 건물 매각을 막기 위해서인데 매각에 방해되니 떼라는 거다. 건물을 어떻게든 팔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단체가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
“ 시민의 힘으로 세운 단체가 특정 기득권에 사유화되지 않게 견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운영진의 독단적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없다. 1월 말 카라 이사회는 활동가와 가족을 대의원 자격에서 원천 배제하고 7년 이상 후원한 경우만 신청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또 대의원 중 20명은 이사회가 직접 뽑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단체 사정을 잘 아는 실무자도 의견을 내기 어렵다. 후원금 60억원을 굴리는 단체인데 후원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구도 없다. 지금과 같은 1인대표제가 아니라 공동대표제를, 투명한 임원 선출 기구를, 후원회원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다시 살려야 한다.”
—농성이 길어지는 상황이 달갑지 않겠다.
“동료들과 연대 시민들이 계셔서 기존 일터보다는 안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급여를 두 달째 못 받고 있고 24시간 긴장이 지속되는 고충도 크다. 한번은 꿈에서 누군가에게 부당함을 막 토로하다가 육성으로 말하면서 잠에서 깬 적도 있다. 병원에선 이런 상황이 끝나야만 긴장이 해소될 거라고 하더라.”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 할 말이 있다면.
“이 사안을 노사갈등으로만 보면 ‘단체가 시끄럽다’는 데 머문다. 그런데 사안의 본질은 시민단체의 본질이 무너졌을 때 시민과 동물이 떠안는 피해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민법은 상식을 나열한 수준이라 사단법인 의 사유화를 막을 수 없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그걸 핑계로 전혀 개입을 안 한다. 언론이 그런 점을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2026년 2월4일 서울 마포구 동물입양센터 아름품 건물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신다은 기자

2026년 2월4일 서울 마포구 동물입양센터 아름품 건물에 농성 기간을 알리는 벽보가 붙어 있다. 신다은 기자

2026년 2월4일 서울 마포구 동물 입양센터 아름품 건물 2층 복도에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의 벽보가 붙어 있다. 신다은 기자

2026년 2월4일 서울 마포구 동물입양센터 아름품 건물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가 연대시민들의 편지와 벽보를 정리하고 있다. 신다은 기자

2026년 2월4일 서울 마포구 동물입양센터 아름품 건물 2층 복도에 다양한 벽보가 붙어 있다. 이는 연대 시민 ‘수민’이 응원의 뜻으로 마스킹테이프를 이용해 직접 붙인 것이다. 신다은 기자

2026년 2월4일 서울 마포구 동물입양센터 아름품 건물 앞 전경. 활동가들과 연대 시민들이 아름품 매각에 반대하며 다양한 벽보를 붙였다. 신다은 기자

2026년 2월4일 서울 마포구 동물입양센터 아름품의 2층 화장실 문 앞. 사쪽이 화장실을 용접으로 막자 연대 시민이 항의하는 문구를 마스킹테이프로 붙였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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