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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역 사랑방 ‘오!재미동’ 다시 문 열었어요

‘오!재미동’ 폐관 막은 박수려 대표…덩치 큰 행정 시민의 힘으로 이기고 1월5일 재개관
등록 2026-01-09 16:54 수정 2026-01-15 07:01
박수려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 대표. 박수려 제공

박수려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 대표. 박수려 제공


서울 지하철 3·4호선이 교차하는 충무로역 지하 1층에는 역을 오가는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문화 사랑방 ‘오!재미동’이 있다. 2004년 개관해 다양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극장 겸 아카이브 센터로, 영상 제작·상영을 돕는 지역 영화 네트워크로, 신진 작가들의 전시회 공간으로, 역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21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랬던 오!재미동이 2025년 11월 서울영화센터 개관과 함께 폐관 위기에 몰렸다. ‘영화 아카이빙 기능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지원금 전액이 삭감되면서 12월 운영 종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 공간을 사랑하는 영화인들과 시민들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일방적 통보에 항의하며 오!재미동 지키기에 나섰다. 그 중심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의 끈질긴 싸움 끝에 서울시의회는 예산을 부활시켰고, 오!재미동은 극적으로 살아남아 2026년 1월5일 재개관 소식을 알렸다. 이 단체 박수려(29) 대표에게 오!재미동을 둘러싼 싸움의 과정과 의미, 성과 등을 물었다.

―왜 오!재미동 폐관 문제에 관심 갖게 됐나.

“2023년부터 2024년까지 2년간 오!재미동 아카이브에서 주 1회 7시간 아르바이트했다. 당시 장애시민, 노약계층, 청년층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 독특한 무료 공간을 찾는 게 신기하고 뿌듯했다. 그러다 2025년 2월 오!재미동이 폐관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단체를 꾸린 게 아니라 나처럼 이 공간을 사랑하고 애용하면서 느슨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단체대화방에 모였다. 그곳에서 이런 재밌고 신나는 공간을 지키기 위해 연서명이라도 한번 받아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7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명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문화연대 등 단체들이 연대했다.”

―오!재미동을 지키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나.

“일반 시민들이 모였으니 이런 싸움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풀뿌리 운동이었다. 미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떠나려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비자 정책 탓에 일정이 미뤄져 시간 여유가 있던 내가 본의 아니게 대표를 맡게 됐다. 인스타그램으로 이 사안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후 서울시에 민원을 넣고, 시의회를 방문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이 공간을 거쳐간 작가, 영화인, 이용자가 알음알음으로 참여했다. 2025년 11월26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서울시 공공 시네마·미디어 생태계 복원을 위한 긴급 포럼’이 열렸는데, 이 행사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결정적으로 서울시와 시의회의 예산 복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이 싸움의 승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오!재미동을 공공시민공간으로 정의한다. 일반 시민과 문화예술을 연결하는 독특한 공간이며, 특히 충무로역사 안에 있어 교통약자나 노약자가 접근·이용하는 데 편리하다. 그런데 큰 공간(서울영화센터)이 생겼으니 작은 공간들을 다 없애 통합하라는 건 다양성 측면에서 말이 안 된다. 이런 문제의식이 공감을 얻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처음엔 이미 결정된 사안을 뒤집기 힘들지 않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일방적이고 부당한 시의 행정을 그냥 수용하는 게 아니라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각자의 결심이 작은 연대로 계속 이어졌고, 결과를 바꾼 것이다. 나를 포함한 참여자는 물론 이를 지켜본 시민들에게 풀뿌리 민주주의의 효능감을 안겨줬다고 믿는다.”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번에 언론의 힘이 대단히 크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 사회엔 취재와 관심을 기다리는 작은 공간, 가까이에 있지만 관심이 덜한 이야기가 많다. 한겨레21이 앞으로도 이런 소소하지만 소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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