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이주노조 등 조합원들이 2025년 9월21일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열린 2025 민주노총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강제노동 철폐, 노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등록 청년 이주노동자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정부의 단속을 피해 공장 내에 몸을 숨겼다가 추락사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2025년 10월28일 대구성서산업단지에 있는 에스제이(SJ)오토텍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베트남 출신 노동자 ㄱ(25)씨가 숨졌다고 밝혔다. ㄱ씨는 이날 오후 3시께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 40여 명이 공장에서 토끼몰이식 단속에 나서자, 급히 공장 건물 2층 높이의 에어컨 실외기 위 좁은 공간에 숨어 있다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ㄱ씨는 취업을 준비하던 중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해당 공장에서 약 2주간 아르바이트했다고 한다. 구직 비자(D-10) 보유자라 제조업장에서 일할 수 없었던 그는 사망 전 동료 노동자에게 “숨을 쉬기 힘들다”는 내용의 전화 연락을 한 거로 알려졌다. ㄱ씨는 머리뼈 등이 골절돼 있었고, 사고 현장에는 다량의 출혈 흔적도 발견됐다.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는 “단속반원들은 공장 주변을 에워쌌고, 현장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겁에 질려 뛰어다녔다. 잡히면 추방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들 공포에 떨었다”며 “그동안 지속해서 제기해온 토끼몰이식 단속이 또다시 진행됐고 사고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긴급성명을 내어 “누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APEC을 빌미로, 정부합동단속이라는 이름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해 폭력적인 단속을 벌이는 이재명 정부가 그렇게 만든 것 아닌가”라고 규탄했다.
법무부는 이번 단속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34명을 적발해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인과 유가족에 대해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며 “원활한 장례 절차 진행 등을 위해 유가족에게 적극적인 지원과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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