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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이 핵심증거 누락 지시” ‘쿠팡 수사’ 부장검사의 눈물

등록 2025-10-16 21:16 수정 2025-10-18 09:00
문지석 검사가 2025년 10월15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문지석 검사가 2025년 10월15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쿠팡이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 윗선을 통해 사건을 무마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현직 부장검사의 폭로로 드러났다.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2025년 10월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와 인천지검 부천지청 근무 당시 엄희준 당시 지청장(현 광주고검 검사) 등 지휘부가 대검찰청 보고서에 쿠팡 압수수색 내용 중 핵심 부분을 누락하고 최종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증언했다.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2023년 5월 취업규칙을 바꾸면서 퇴직 지급에 불이익을 받게 된 쿠팡 노동자들이 노동청에 진정을 낸 사건이다. 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압수수색 등을 거쳐 2025년 1월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4월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문 부장검사는 부천지청 지휘부 엄희준 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가 핵심 증거를 누락한 채 주임검사에게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며 대검에 감찰과 수사 의뢰를 요청했다.

문 부장검사는 이날 국감장에서 “대검에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부분은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기간 단절의 개념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제기시 개별 대응하라’는 내용”이라며 “이런 쿠팡 내부의 지침이 있다는 건 고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청의 쿠팡 압수수색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김동희 차장이 쿠팡을 변호하고 있는 김앤장 변호인과 친분 관계가 있다”며 노동청이 쿠팡을 압수수색한 당일 김 차장검사가 처음으로 근무시간 전에 연락해 ‘부장님이 영장 청구를 했느냐’고 물어본 사실이 있다고 털어놨다.

국감장에 선 문 부장검사는 시종일관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갔다. “검찰에서 기소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도중 차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해 1분 남짓 잠시 이야기를 멈추기도 했다. 문 부장검사는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원 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게 됐으면 좋겠다”며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공무원들이 잘못이 있다면 저를 포함해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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