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제천시 등은 2025년 9월20일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를 개막했다.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 조직위원회 제공
충북 제천이 자연 치유 마을로 거듭난다. 약초·천연물·한방·한의학 등 전통에 눈을 돌려 무병장수의 꿈을 키워보려는 것인데, 나라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제천은 조선시대 3대 약령시였다. 약령시는 ‘약시’ ‘약령’ ‘영시’로도 불렸는데, 약재를 교환·매매·유통하는 시장이다. 제천 약령시는 조선 효종 9년(1658년) 대구, 전북 전주, 강원도 원주 등과 더불어 설치돼 해마다 봄·가을 열흘 안팎 열렸다는 기록이 있다. 근대 기록으로는 ‘제천 약령 개시’(중외일보 1929년 4월24일치), ‘제천의 약령시’(조선일보 1935년 10월28일치) 등도 있다.
제천시 분석을 보면, 제천은 국내 약재 시장 점유율 20%를 기록해 서울 경동시장(40%)에 이어 2위권으로 분류된다. 대구(15%), 경북 영천(15%), 부산(10%) 등이 뒤를 잇는다.

1930년대 제천 약령시.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 조직위원회 제공
제천은 조선시대, 근대를 이어 지금까지 3대 약령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약초 생산과 유통이 동시에 이뤄지는 몇 안 되는 곳인데, 2005년 제천시 원화산로(화산동) 약초시장과 한방엑스포공원 일대 100만㎡가 ‘약초 특구’로 지정됐다. 이후 제천엔 진품 종자보급센터, 약용작물 등을 가공하는 우수 한약재 유통시설, 한방 천연물센터, 천연물 지식산업센터 등이 들어섰다. 제천시는 “제천은 토양과 더불어 높은 일조량, 큰 기온차 등 기후 여건이 약초 재배에 적합하다. 호서지방의 기준이 된 의림지를 중심으로 영남·강원·경기의 약재와 상인이 몰려 성시를 이뤘다”고 밝혔다.
제천엔 야생초 학교도 있다. ‘야생초 편지’로 알려진 황대권 작가가 운영하는 생태·생명 대안 공간이다. 제천간디학교 주변 작은 폐교를 손수 디자인하고 만들어 일군 것인데, 텃밭과 더불어 마음공부 하고, 글 읽고, 차 마시는 도서관도 있다. 황 작가는 “3년 전 정착한 마을 지명이 ‘약초로’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제천은 전국 최고 약초 산지 가운데 하나였고, 약령시까지 있었다. 다만 자본 논리에 밀려 약초 대신 브로콜리 등 양채 재배가 늘고 전통을 잃어가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작가. 동북아평화연대 제공
제천은 약초와 더불어 자연 치유도 육성한다. 제천시는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금수산 자락 청풍면 학현소야로에 제천한방자연치유센터를 조성한 뒤 위탁·운영한다. 이곳은 성인병, 스트레스 질환, 마음의 병 등을 치유하는 공간이다. 명상을 통한 힐링(참살이), 감정 정화, 한방 기체조, 음식·움직임 등을 곁들인 치유도 한다. 제천시는 2021년 4월 자연치유특구로 지정된 제천 의림지뜰 47만㎡ 일대에 자연치유단지 조성도 추진한다. 제천의 허파인 의림지뜰에 솔방죽 생태휴식공간, 정원, 목재문화체험관, 의병창의마을, 도시농업공간, 자연치유단지 등을 조성해나갈 참이다. 이곳엔 약초 경관과 농경이 어우러진 들판과 놀이·체험 공간도 들어설 예정이다.

2025년 9월20일 개막한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 조직위원회 제공
약초·자연 치유 마을 제천에서 2025년 9월20일부터 10월19일까지 한 달 동안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가 열린다. 이번 엑스포는 충북도·제천시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후원해 지역·나라 안팎에서 관심이 많다.
8년 만에 부활한 제천 한방·천연물 엑스포는 2010년, 2017년 열렸던 기존 한방·바이오 엑스포에, 천연물을 더했다. 한방·바이오 엑스포가 자연 재료를 활용한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치료 등 전통 한국 의학 시스템을 일컫는 ‘한방’, 한방의료와 한약 등을 아우르는 ‘한의학’ 등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 엑스포는 천연물이 눈에 띈다. 천연물은 식물·동물·미생물·광물 등 자연에서 얻는 다양한 물질이다.
특히 ‘천연물과 함께하는 세계, 더 나은 미래를 만나다’라는 엑스포 주제답게 한방과 한의학을 넘어 천연물까지 확장한 새 엑스포는 미래 산업을 지향한다. 천연물은 신약을 포함한 약재, 식품, 화장품, 건강보조제 등 다양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미래 의약·바이오 산업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제천 한방·천연물 엑스포는 약초·한방이라는 과거와 현재, 천연물을 바탕으로 한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엑스포에선 △주제 전시 △체험 △산업 △국제 교류 △제천 약령시 등 전시관이 운영된다.
주제 전시관은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비전 공간’이다. 이곳에선 의약·바이오·식품·화장품 산업의 씨앗이 될 천연물의 가치와 쓰임새를 보여준다. 천연물 관련 국제협약, 천연물 산업 현황과 발전 방향, 제천의 천연물 산업 등도 만날 수 있다.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체험 공간도 있다. 천연물 성분을 조합해 가상 신약을 개발하고, 가상현실·증강현실 시스템을 활용해 천연물 기반 미래 세계를 체험한다.
가상·증강현실뿐 아니라 ‘실재 현실’도 있다. 세명대 부속 제천한방병원 의료진 28명이 상주하면서 날마다 280명 안팎의 어르신 등 관람객에게 침과 뜸 등 맞춤형 한방 진료를 한다. 치료와 함께 한방 건강 상담도 이어진다.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가 개막하는 날에 국내외 관람객이 한방, 약초, 천연물 관련 제품 등을 둘러보고 있다.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 조직위원회 제공

2025년 9월20일 개막한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에 국내외 관람객이 한방, 약초, 천연물 관련 제품 등을 둘러보고 있다.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 조직위원회 제공
제천 한방·천연물 엑스포는 한방·천연물·바이오와 관련해 나라 안팎의 기업 286곳이 제품·기술·정보를 교류하는 산업박람회다. ‘한방·천연물 기업 도약의 장, 기업과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한 산업관에선 의약품·건강기능보조식품·화장품 등 한방·천연물과 관련한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전시·홍보하고, 기업 간 거래, 수출·수입 상담, 유통 상담 등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국제교류관에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서울대 그린바이오 과학기술연구원 등 국내 기관 6곳과 일본·베트남·중국 등 국외 기업·기관 등의 제품·기술·정보 교류가 진행될 참이다. 더불어 국제 천연물 심포지엄 등 학술회의, 공연·전시 등 문화행사도 이어진다. 김현철 제천 한방·천연물 엑스포 조직위원회 차장은 “이번 제천 한방·천연물 엑스포는 생산 유발 1207억원, 고용 유발 2117명, 한방·바이오 관련 수출 계약 230억원 등 경제효과가 기대된다”며 “관광·숙박·소비 등과 연계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클 것”이라고 밝혔다.
제천(충북)=오윤주 한겨레 기자 sting@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트럼프가 이겼다…대미 3500억불 투자 손해, 자동차관세 절감 효과 2배

‘소년범 의혹’ 조진웅, 배우 은퇴 선언…“질책 겸허히 수용”

박나래, 상해 등 혐의로 입건돼…매니저에 갑질 의혹

법원장들 ‘내란재판부 위헌’ 우려에 민주 “국민 겁박” 국힘 “귀기울여야”

유시민 “통화·메시지 도청된다, 조선일보에 다 들어간다 생각하고 행동해야”

바다를 달리다 보면…어느새 숲이 되는 길

서울고검, ‘쌍방울 대북송금’ 증인 안부수 구속영장 청구

‘갑질 의혹’ 박나래, 전 매니저들 공갈 혐의로 맞고소

‘쿠팡 외압 의혹’ 당사자, 상설특검 문 연 날 “폭로한 문지석 검사 처벌해달라”
![[단독] 통일교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자금 수천만원 전달” [단독] 통일교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5/53_17649329847862_20251205502464.jpg)
[단독] 통일교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자금 수천만원 전달”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