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동상 제막식에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가운데)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규현 한겨레 기자
이번 추석 귀성길 동대구역으로 대구에 오셨나요? 그렇다면 볏짚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서 있는 박정희 동상도 보셨겠네요.
2024년 12월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한 박정희 동상이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025년 9월12일 대구시의회 제319회 3차 본회의에 상정된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의 폐지 조례안’(조례안)이 찬성 1명, 반대 32명으로 부결됐습니다. 대구시의원은 전체 33명인데, 더불어민주당 1명을 뺀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 조례안은 2024년 5월 제정된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자는 내용으로 주민 1만4754명이 서명해 직접 청구한 조례입니다. 대구시의회에서 주민청구조례가 발의된 것은 2012년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이후 두 번째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 똘똘 뭉친 대구시의회는 주민의 요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2025년 9월12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박정희기념사업지원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 제공
조례를 청구한 주민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기념해야 할 인물이 아니라고 반발하는데요. 대구시의회의 유일한 민주당 의원인 육정미 시의원(비례대표)은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서둘러 제정했다. 당시 본인의 대권 행보를 위해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구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민의힘 허시영 시의원은 “대구는 박정희 대통령 산업화의 심장”이라며 “기념사업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대구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동대구역에 선 박정희 동상은 ‘산업화’를 강조하기보다 농민 친화적인 모습입니다. 밀짚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양손으로 벼를 한 아름 껴안고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가을 추수하면서 활짝 웃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동상 둘레석에는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 깨나 농민 생각”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베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 등 문구가 적혀 있죠.
의회에 출석한 대구시 행정국 관계자는 “집행부는 가치 판단을 하기보다 절차적인 부분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제정된 조례에 따라 동상 설립을 했다”며 기념사업 필요성에 대한 질문은 회피했습니다. 덧붙여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남구 대구대표도서관 앞에 추가로 동상을 세우려던 계획은 철회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 김규현 한겨레 기자
현재 국가철도공단이 공단의 정식 승인 없이 동대구역 광장에 동상을 설치한 대구시를 상대로 낸 구조물 인도 청구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시민사회는 정부합동감사와 국정감사에서 박정희 동상에 대해 다룰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한다는 계획입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출마를 위해 대구를 떠나 ‘서울시민’이 되었지만, 박정희 동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온전히 지역사회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2024년 12월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앞두고 시민사회가 ‘박정희 동상 치워라’ 등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김규현 한겨레 기자
대구=김규현 한겨레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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