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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없는 대한민국 1호 ‘상생형 일자리’

GGM, 노조원 25명 고발해 노조도 맞고소… 임금 낮추는 대신 약속한 ‘사회적 임금’ 미지급이 갈등의 근원
등록 2025-09-26 14:37 수정 2025-10-02 11:26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 관계자들이 2025년 9월11일 윤몽현 대표이사 등 회사 임직원 8명을 특수상해·상해·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 관계자들이 2025년 9월11일 윤몽현 대표이사 등 회사 임직원 8명을 특수상해·상해·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현대자동차 ‘캐스퍼’를 위탁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지지엠)는 2025년 8월28일 노조원 25명을 업무방해·기물파손·건조물 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노조는 이에 맞서 9월11일 윤몽현 지지엠 대표이사와 양아무개 상생안전실장 등 회사 임직원 8명을 특수상해·상해·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했다. 2025년 8월22일 대표이사 면담을 요구하던 노조원들과 양 실장 등 관리 직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대한민국 1호 상생형 일자리’로 출발한 지지엠의 현재 모습이다.

누적 생산 20만 대 달성했지만…

2019년 9월20일 법인 설립을 마친 지지엠은 2021년 9월15일 전남 함평 빛그린산단 공장에서 첫 번째 차를 생산한 지 4년 만인 2025년 9월6일 누적 생산 20만 대를 달성했다. 회사는 홍보자료에 ‘상생·안전·품질’이라는 3대 핵심 가치를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노조는 상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회사로부터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엠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4년 윤장현 당시 광주시장은 독일 ‘아우토5000’에서 착안해 노동자 평균 초임을 동종업계 절반 수준(주 44시간 노동, 연봉 3500만원)으로 책정하는 대신 자치단체가 주거·보육·의료 등 사회적 임금을 지급하는 ‘광주형 일자리’ 개념을 제시했다. 2019년 1월 현대자동차와 광주시가 투자협약을 맺으며 구체적인 성과가 보였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누적 생산 35만 대까지 노동자·회사 등이 구성한 상생노사발전협의회가 노동 환경과 조건을 협의하도록 했다. 임금은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인상하기로 했다. 당시 노동계는 ‘누적 생산 35만 대까지 무노조·무파업 원칙’이 협약에 숨어 있다고 반발했지만,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 쪽은 헌법에 따른 노동3권(단결·단체교섭·단체행동)을 인정하는 내용의 부속 결의를 추가로 맺어 논쟁을 잠재웠다.

현대자동차로부터 ‘캐스퍼’ 생산을 위탁받은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2025년 9월5일 누적 생산 20만 대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제공

현대자동차로부터 ‘캐스퍼’ 생산을 위탁받은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2025년 9월5일 누적 생산 20만 대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제공


민주노총은 처음부터 협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임금과 노동조건의 하향 평준화를 전제로 한다는 이유였다. 2019년 1월 맺은 노사상생발전 협정 의결서는 민주노총이 빠진 채 맺어졌다. 지지엠에서는 2024년 1월 1노조(광주글로벌모터스 노조)에 이어 3월 2노조(지지엠 노조)가 출범했다. 빛그린산단에 짓겠다던 직원용 임대아파트 건립이 지연되는 등 약속받은 주거·복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잇따라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며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교섭에 나섰지만 회사가 응하지 않자 2025년 1월부터 무기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광주노사민정협의회는 조정·중재특별위원회를 꾸려 중재에 나섰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기한 부분파업하며 노사 평행선

노사는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임금 인상 등의 요구를 들어주면 협약을 위반한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며 “헌법에 따라 노조 활동을 제한할 수 없으나 누적 생산 35만 대까지만 파업은 유보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회사는 그동안 노동위원회로부터 수차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았다”며 “말로는 노조를 인정하겠다면서도 교섭은 할 수 없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노사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용희 한겨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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