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태양광 설비 설치 과정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배포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무시되기 일쑤다. 고용노동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
2025년 4월17일, 경북 경산에서 이주노동자 ㄱ씨가 8m 아래로 추락했다.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자동차부품 공장 지붕 위에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던 중국 국적의 60대 노동자였다. 그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ㄱ씨는 태양광 설비 설치 회사 소속이었다.
2024년 5월20일, 전남 완도에서도 이주노동자 ㄴ씨가 떨어져 사망했다. ㄱ씨처럼 태양광 패널 설치 작업 중에 발생한 사고였다. 축사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던 카자흐스탄 국적의 50대 ㄴ씨는 5m 아래로 떨어졌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채 헬기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ㄴ씨는 태양광 설비 설치 회사에서 인력사무소를 통해 고용한 노동자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
대다수는 추락 사고… 규정만 지켰어도
해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다 노동자가 떨어지고, 미끄러지고, 감전돼 크게 다치거나 죽는다. 태양광 패널 공사는 공장·축사·주택 등 주로 옥상이나 지붕에 태양열을 전기로 바꾸는 설비를 세우는 공사를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도입 확대로 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설치 공사가 늘고 있지만, 공사 중 사망사고가 잦다.
2025년과 2020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낸 자료를 종합하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태양광 설비 관련 공사를 하다 사망한 노동자만 52명에 이른다. 5개년별로 보면 2015~2019년 27명, 2020~2024년 25명이다. 특히 최근 들어 사망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4명, 2021년 5명, 2022년 2명이던 태양광 설비 작업 중 사망자 수는 2023년 6명, 2024년 8명으로 늘었다. 사망사고 52건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공사 장소는 축사(24명)이고 공장(18명)과 창고(4명) 위 지붕이 뒤를 이었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때 어떤 위험이 있을까. 먼저 발을 디딜 때마다 떨어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높은 공간에서 작업한다는 점이다. 지붕 위에서 이동할 때 지붕이나 채광창이 파손되면서 노동자가 떨어져 사망하는 사례가 36명(전체 인원 중 69.2%)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추락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중소 규모의 영세사업장에서 추락 예방 조처가 비용 문제로 종종 뒷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태양광 설비 설치 작업과 관련한 안전 의무는 제도로 규정돼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5조를 보면, 사업주는 슬레이트 등 강도가 약한 재료로 덮은 지붕 위에서 작업할 때 폭 30㎝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거나 추락방호망을 치는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한다.
목숨과 맞바꾸는 비용절감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때 사고 예방을 위한 체크리스트도 마련했다. 사업주는 △지붕 진입을 위한 승강설비 설치 △지붕 위에 자재 과적 여부 △취약한 지붕재(채광창 등)에 떨어짐 방호 조치 여부 △지붕 단부에 떨어짐 방호 조치(안전난간, 추락방호망, 안전대 착용 중 하나 이상의 조치) 여부를 작업 과정에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높은 곳에서 작동하는 안전한 작업대 임차료를 지원하고, 추락방호망 설치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인 태양광 설비 설치 현장에서는 이런 제도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태양광 설비 설치 업체 대표 ㄷ씨는 “태양광 업체는 작은 규모가 많기 때문에 작업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는 곳이 있다”며 “개인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고 안전 교육을 충분히 받은 숙련자가 작업을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비용 문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ㄷ씨는 “안전 조처를 하지 않은 작은 회사들에서 채광창이나 지붕이 부서져 노동자가 떨어지는 사례가 많았다”며 “요즘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붕 위를 판으로 한 겹 씌워서 작업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서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고 덧붙였다.
추락 사고보다는 적지만, 감전 사고도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태양광 설비에는 전기가 통하고, 작업은 전신주와 가까운 곳에서 하게 된다. 2017년에는 축사 지붕과 근접한 전주에 감전돼 떨어져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겨레21이 만난 몽골 이주노동자 오기나도 2019년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다 감전으로 4도 화상을 입은 사례다. 그는 작업하다 전봇대 저압선에 흐르는 고압 전류에 감전됐다.
이주노동자 주로 투입하는 이유
집계된 사망 사례는 노동자의 국적이 구분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ㄱ씨와 ㄴ씨처럼 상당수 이주노동자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는 곳이 비수도권이 많고 외부에서 일하는 작업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의 작업에 이주노동자가 주로 투입된다. ㄷ씨는 “주로 작은 회사들에서 일하고, 찬 바람 맞고 여름에 더운데 외부에서 일하는데다, 도시가 아닌 곳에서 일하는 환경이다. 외국인들이 주로 일한다”며 “외국인이 절반 이상 된다”고 했다. 오기나도 “태양광 설비 업체에서 일할 때, 현장 관리자를 제외하면 전원 외국인이었다”며 “몽골, 카자흐스탄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주노동자들도 지붕 위 작업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지만, 연중 내내 일거리가 많기에 이 일을 선택한다고 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이 이주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위험의 이주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주노동자 산업재해를 연구해온 김성광 연구자는 “신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태양광 패널 설치를 맡는 일이 많아졌다”며 “도시가 아닌 곳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신재생에너지 정책에서 이주노동자의 안전 또한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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