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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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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이웃에 곁이 되어주는 존재, 한겨레21도 그들처럼

등록 2025-07-17 22:02 수정 2025-07-21 16:13
무릎을 꿇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회원들이 2024년 4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서울 성동구 성수공고 부지에 추진 중인 특수학교 설립 대신 특수목적고 설립을 공약으로 내놓은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갑 윤희숙 후보에게 공약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무릎을 꿇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회원들이 2024년 4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서울 성동구 성수공고 부지에 추진 중인 특수학교 설립 대신 특수목적고 설립을 공약으로 내놓은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갑 윤희숙 후보에게 공약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웹툰 ‘수희0(tngmlek0)’의 주인공 조수희는 우연히 ‘여캠’ 세계에 뛰어든다. 여캠은 여성 비제이(BJ)가 토크·춤·먹방 등 다양한 콘텐츠를 라이브로 방송하고, 주로 남성인 시청자가 BJ에게 돈을 보내는 거래 관계로 이뤄져 있다. 어떤 세계든 돈을 매개로 이뤄지는 관계는 잔혹하다. BJ가 얼굴 없는 이들의 악플과 사이버레커의 타깃이 되어 조롱과 모욕으로 고통받는 일이 다반사다. 이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맞은 BJ도 있다.

수희는 고통을 버텨낸다. 수희 곁에 있는 가족과 애인, 그리고 “흔들림 없이 남아 수희를 응원해온 소수의 애청자” 덕분이다. 이 웹툰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평범한 사람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거대하고 특별한 계기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작은 배려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이번호 레드기획)

웹툰 ‘수희0(tngmlek0)’의 한 장면. 네이버 웹툰 갈무리

웹툰 ‘수희0(tngmlek0)’의 한 장면. 네이버 웹툰 갈무리


성동구는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의 8개 자치구 가운데 한 곳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이곳에 특수학교인 성진학교를 설립하려 하자 일부 주민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진학교 부지 인근이 재개발 지역이어서 인구가 늘어날 것이기에 특수학교가 아니라 일반고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개발은 최소 10년이 걸리고 인근에 있는 일반고도 학생 수가 적어 통폐합 대상이 될 기로에 서 있다.

인근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다. 일부 주민은 ‘성수2지구 명품화위원회’를 꾸렸다. 한 주민은 “성동구는 이제 명품 동네가 된 만큼 명품 학교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학교가 생기면 인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게다가 “특수학교를 ‘명품’의 반대 개념으로 치부하며 장애학생의 교육시설은 ‘명품 동네’인 성동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차별적 인식”(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다.(이번호 뉴스 큐레이터)

발달장애인 부모는 대체로 고립된 삶을 산다. 365일 24시간 세상과 길항하며 사는 아이의 사회적 울타리가 되어 살다보면 다른 관계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발달장애인 부모의 56.3%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긴 하지만 나와 함께 있지는 않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응답한 실태조사 결과도 있다.*

발달장애를 비롯한 장애인 부모에게 특수학교와 특수교사는 고립을 벗어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장애학생에게 또 다른 사회적 울타리가 돼주기 때문이다. 특수학교는 장애인 부모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작은 배려와 사랑을 주고받으며’ 연대할 수 있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근거도 없이 부동산 가격을 걱정하고 노골적인 차별 발언으로 장애인 부모에게 고통을 안기는 악플러나 사이버레커와 같은 일부 주민보다 훨씬 소중한 이웃이다.

한겨레21도 고통받는 ‘평범한 사람’의 소중한 이웃이 되려 한다. 쇠락하는 국가산업단지의 위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전남 여수산단 하청 노동자들(이번호 표지이야기), 지난 5년 동안 2차 가해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특집), 법원이 제동을 거는데도 소유 건물 매각을 강행하고 재정 위기가 노동조합 탓이라는 동물권단체 카라 간부들에게 고통당하는 노조원들(이슈)에게 한겨레21 기사가 ‘작은 배려와 사랑’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혼자가 아니면 살아갈 수 있다.

 

*김승섭·김자영·김지환·팽은지, ‘발달장애인 부모의 돌봄부담, 사회적 환경과 건강 실태조사’, 2024년 12월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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