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대선 때 제안한 체육 정책, 하나도 채택 안 돼”...엘리트 체육 정책에 단 물음표

등록 2025-07-10 22:33 수정 2025-07-16 11:35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가운데)이 2025년 7월9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현수 제공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가운데)이 2025년 7월9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현수 제공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오랜 기간 스포츠 인권과 학교 체육, 체육계 구조 개선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연구자이자 학자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장으로 활동하며 전국 초중고 학생 선수 6만5천여 명과 대한체육회 등록 6132개 선수단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실태를 전수 조사했다. 그는 이후 선수들의 권리 구제에 나서는 한편, 성폭력 판례 분석 결과를 공개해 스포츠 인권 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체육시민연대는 최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추진하는 ‘엘리트 체육’ 강화 정책에 쓴소리를 내고 있다. 합숙소 부활, 최저학력제 폐지, 출석 인정 허용 일수(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5일, 고등학교 50일) 축소 등과 같은 정책은 필연적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구조적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와중에 유 회장의 후원금 리베이트, 국가대표 선수 바꿔치기 등 비위 의혹마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체육 분야 최초의 시민단체인 체육시민연대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그 중심에 김현수 위원장이 있다.

―체육 정책 방향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체육영재학교 설립 법안을 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거의 제3공화국 수준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웃음) 이런 엘리트 위주의 스포츠 정책은 위험하다. 스포츠 분야에서 인권침해의 원인은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수를 스파르타식 훈련을 통해 ‘운동 기계’를 만드는 환경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선수를 닦달하고 압박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유승민 체육회장의 정책을 보면, 소수를 데리고 더 스파르타식으로 훈련하겠다는 건데 어떤 구조 변화나 개혁이 필요한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가장 필요한 정책 방향을 꼽자면.

“체육시민연대도 대선 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잘사니즘위원회에 정책 제안을 했다. 이 중 단 하나도 채택되지 않았다. 우리는 정책 제안을 하고 싶었지만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체육인 연금 강화 등 민원 해결성 공약이 담겼다. 그렇지만 이재명 대통령에게 바라는 게 하나 있다. 10년째 대한민국 청소년의 신체활동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서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국민 건강 문제가 심각하고 앞으로도 심각할 것이라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엘리트 선수 지원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6월26일이 고 최숙현 선수 5주기였다.(최숙현 선수는 오랜 기간 폭행과 가혹행위 등에 시달리다 숨진 트라이애슬론 선수다.)

“이날은 한 해 중 무언가를 다짐하는 날이다. 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최숙현 선수가 잠든 추모공원에 갔다. 이전에는 최 선수 아버님과 인사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시길래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버님이 ‘선수들 안 맞고 안 죽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말씀하셨다. 위원장으로서 큰 목표를 품기보단 학생 선수와 성인 모두 행복하게 스포츠를 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려 한다. 아내한테는 돈 안 되는 일 한다고 갈굼을 당하지만,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소명처럼 이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이 있나.

“대학원에서 함께 연구하던 선배가 주간지를 구독했다. 그때 한겨레21도 있었다. 당시 주간지를 보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약간 ‘배운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미디어 환경이 많이 변했다. 여러 정보가 에스엔에스(SNS)나 유튜브에서 떠돌기에 가짜뉴스도 쉽게 접하는 환경이 됐다. 여기서 한겨레21이 중심을 잘 잡아줬으면 좋겠다. 심층적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 귀한 매체로 성장하길 바란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