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1월16일, 인류는 처음으로 우주에 전파 메시지를 보냈다.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문대에서 발신된 이 신호는 인류가 외계 문명에 “우리 여기 있다”고 알리려 한 역사적 시도였다. 50년이 흐른 지금, 최초로 ‘한글’ 메시지를 우주로 쏘아 올린 ‘트랜스미션 한글 프로젝트’를 이끈 사람이 있다. 원종국씨(이하 언해피)다. 10년간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해온 그는 과학 이론을 연구하고 천문학자들과 협력하며 메시지 구성부터 주파수 조정, 천체 선택까지 모든 과정을 치밀하게 조율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11월16일, 정확히 50년 만에 인류 최초의 한글 메시지가 우주로 전송됐다.
―우주에 메시지를 보낸 동기가 ‘외로움’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한 지구 사진을 보면, 캄캄한 우주 속에 작은 흰 점 하나가 바로 지구예요. 그 점 안에서 모든 부모와 자식들, 모든 영웅과 평범한 이들이 태어나고 죽어갔죠. 138억 년의 우주 시간 속에서 인간은 정말 찰나에 불과한 존재라는 사실이 공허하게 다가왔어요. 하지만 영화 ‘콘택트’에서 ‘우주의 공허함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서로’라는 대사가 나와요. 저는 우주 어딘가에 나처럼 외로움을 느끼며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친구가 있을 거라 믿었어요.”
―지구인끼리도 소통이 잘 안 되는 시국인데, 과연 우주와의 대화가 중요할까요?
“우주와 대화를 시도하는 건 단순히 과학적 시도가 아니에요. ‘우주적 관점에서 우리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기도 하죠. 1977년 우주로 쏘아 올린 메시지인 ‘보이저 골든 레코드’는 모든 문화, 소리, 지식을 모아 ‘우리는 누구인가?’를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 했어요. 냉전 시대에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하나의 목소리로 지구를 대표하며 평화의 비전을 담아내려 했죠. 이는 곧 지구인들 사이의 대화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타인이 필요하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하지만 ‘삼체’ 같은 에스에프(SF) 소설은 외계 문명과의 접촉을 경계하잖아요.
“저도 프로젝트를 하며 ‘외계인이 침략하는 거 아니야?’ ‘무슨 음모를 꾸미는 거 아니냐’는 걱정 섞인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우려도 이해는 돼요. 지구 역사적으로 문명 간의 격차는 비극을 낳고는 했으니까요. 하지만 두려움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더 큰 기회를 놓치게 될 거예요. 역사적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외부 문화를 차단했던 나라들의 운명이 좋지는 않았잖아요. 우주 차원에서도 지구가 먼저 손을 내밀어 소통을 시도하는 건, 진보된 문명이 할 수 있는 가장 이타적이고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만일 외계 문명과 연결된다면, 우리 지구에는 어떤 큰 변화가 찾아올까요?
“과거에 인간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밝히면서 우리가 더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란 걸 깨달았죠. 그때 인류의 사고방식이 혁명적으로 바뀐 거죠. 마찬가지로, 외계 문명과의 대화 가능성이 열린다면 우리의 우주관에 또 한 번의 혁명이 일어날 거예요. 지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싸우고 있는 국가, 종교, 이념 같은 것들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김수진 컬처디렉터
우주여행자 언해피(@unhappy.cosmictraveler)의 플레이리스트
① 언해피의 우주여행
https://www.youtube.com/@Unhappy.theCosmicTraveler
제 궁극적 목표는 우리 인간의 삶과 정신을 우주와 연결하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저도 우주인이 되어서 지구 바깥으로 나가보고 싶어요. 우주를 향한 제 여정을 계속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
② 세티 인스티튜트(SETI Institute)
https://www.youtube.com/@SETIInstitute
외계 지성체 탐사를 이끄는 세계적인 연구기관 세티연구소가 운영하는 채널입니다. ‘세티’(SETI)는 ‘외계 지성체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의 약자로, 외계 지성체의 존재 증거를 찾기 위한 전파 천문학의 한 분야입니다.
③ 나사(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
https://www.youtube.com/@NASAJPL
나사는 다양한 우주탐사 미션을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제트추진연구소는 가장 흥미로운 채널인데요. 보이저, 화성, 유로파 미션 등 인류가 아직 가보지 못한 가장 먼 곳으로 탐사선을 보내며 큰 감동을 준답니다.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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