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회원들과 시민들이 2024년 11월23일 오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종학살’과 ‘레바논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61차 집회를 마친 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행진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괴물은 가만히 있는 걸 싫어했기 때문에 항상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거든? 그런 괴물의 산책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했어.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산책’이라고. 왜냐하면 괴물이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아주 작고 작은 유리 알갱이들이 온 사방에 흩뿌려졌거든. (…) 미처 괴물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리 파편들이 우수수 날아다니는 거지. 그 파편들은 너무 작아서 우리 눈엔 보이지도 않는대. 하지만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꼭 온 살갗이 찢기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는 거야.”
이소연 작가와 진해정 연출가가 2023년 4월 전쟁을 소재로 기획한 연극 ‘몬순’ 속 대사다. 여기서 ‘유리괴물’은 전쟁을 빗댄 것이다. 전쟁은 한 국가(전쟁 발발지)에 머무르지 않고 옮겨다니며 도처에 고통을 안긴다. 전쟁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시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전쟁에 연루된다. 무기 기업의 물건을 사거나 그 기업을 위해 일하거나 전쟁 난민에게 폭력을 가하는 식이다. 이런 현실을 겪으며 등장인물은 전쟁을 보는 관점을 바꾼다. 처음엔 전쟁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빗방울’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은 ‘모든 방향에서 모든 사람에게 불어오는 바람’, 즉 몬순에 가깝다는 것이다.
두 개의 전쟁도 몬순처럼 한국 사회에 불어닥쳤다. 죽음의 행렬에 한국은 어떤 방식으로 연루돼 있을까. 한국은 가자지구를 무차별 폭격하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계속 수출하고 있다. 최근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도 무기 지원을 언급한다. 실리, 우방, 케이(K)-방산과 같은 단어를 내밀며 못 이기는 척 전쟁 장사꾼의 일원을 자처한다. 무엇이든 ‘K’이기만 하면 환호하는 이기심이 뭉게뭉게 피어나 국가의 결정을 정당화한다.
한겨레21은 전쟁의 유리 파편에 ‘살갗이 찢기는’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을 만났다. 전쟁 당사자와 반전집회에 나온 시민, 평화운동 활동가다. 한국이 무심코 판 무기가 전쟁터에서 어떻게 쓰이게 될지 이들은 생생히 증언한다. 무력 대신 평화적 상상력을 발휘하자고, 전세계에 퍼지는 폭력의 질서 대신 평화의 질서를 다시 세우자고 말한다.
유리괴물 이야기에 숨은 비화가 있다. 괴물을 죽이려고 찾아간 마을 사람들은 괴물에게서 무언가를 보고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고 만다. 괴물의 유리 몸에 비친 자기 자신을 보고 충격받아 도망친 것이다. 한국 사회는 어떨까. 유리괴물에 비추인 자화상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유리괴물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끝내는 무찌를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그 기로 위에 서 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한겨레21> 제1541호 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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