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군 광천읍의 추석 연휴는 전통시장에서 차례 장을 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광천읍은 서해와 연결된 내륙수로, 장항선 철길이 있어 충청도 서부권의 중심이었어요. 서해 섬과 내륙에서 생산한 수산물과 농산물이 유통되고 토굴 새우젓과 김 등 수산물 가공업이 번성했답니다. 재화가 모이니 부자가 많아 ‘광천 가서 돈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상식으로 통했다죠.
그러나 광천은 토사 유입으로 뱃길이 불편해지다가 1970년 안면대교가 개통해 인파가 크게 줄더니, 육상교통이 발달하고 1997년 보령방조제 물막이 공사로 뱃길이 완전히 끊기면서 쇠락했습니다.
광천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광천읍이 기획한 광천재래시장 탈출게임 ‘골목대장’ 시리즈가 옛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사회적 흐름과 첨단 증강현실(AR) 프로그램에 힘입어 관심을 모으고 있거든요. 골목대장은 방 탈출 플랫폼에 증강현실을 더해 시장에서 퀴즈와 게임을 해 어려움에 처한 광천의 상징 광새(광천 새우)와 광김(광천 재래김)이를 구출하는 시장 탈출 게임인데요. 2023년에 이어 두 번째 시즌이어서 ‘골목대장2’라고 합니다.
광새, 광김이를 구할 정예요원은 시장 제2주차장 앞 운영본부에서 등록하고 휴대전화에 ‘골목대장2’ 앱을 설치하면 참가할 수 있어요. 요원들은 휴대전화 화면의 안내에 따라 시장을 다니면서 퀴즈의 정답을 맞히고 쥐불놀이, 윷놀이, 공기놀이, 실뜨기 등 미션을 수행합니다. 딱지치기 게임장은 광천재래시장과 맞붙어 있는 또 다른 재래시장인 문화시장 안에 있어요.
문화시장은 1970년대 분위기가 압권입니다. 함석 간판에 세 자리 전화번호가 적힌 슈퍼의 좌판에는 큰 함지박에 담아놓고 바가지로 퍼서 파는 고운소금 등 낯선 상품이 즐비하고, 식육점 전화번호는 국번 없는 네 자리입니다. 배 그물을 파는 가게는 나무 간판에 한문으로 상호를 썼어요. 이일희 광천부읍장은 “쇠락하고 낡은 옛 시장이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추억) 감성 분위기를 타면서 찾는 이가 늘고 있다”고 귀띔합니다.
문화시장의 대표 볼거리는 어른 몸통보다 굵은 나무 전봇대입니다. 전봇대 앞 한복집 주인 김민자(84)씨는 “가게를 연 게 54년째다. 그때도 이 전봇대는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한국전력 홍성지사는 “이 전봇대의 번호찰(고유번호 8367Y791, 장척간선, 0607)로 미뤄 1906년 7월에 세워진 것 같다”고 말하네요.
광천의 10월은 주말마다 축제가 열립니다. 5~6일에는 문화시장에서 김밥축제가 막을 올리고 18~20일은 전통시장에서 토굴 새우젓과 광천 조미김 대축제가 펼쳐질 예정이에요. 대를 이어 수십 년 동안 젓갈을 팔아온 주민들이 다양한 새우젓은 물론 명란젓, 창란젓 등 광천 특산품을 선보일 거라는군요. 26일은 광천생활체육공원에서 한국케이팝고등학교가 개최하는 케이-팝 콘테스트 결선이 열립니다. 이 학교는 국내에서 유일한 케이팝 전문고등학교이기도 합니다.
정동규 광천읍장은 “한 발짝만 디디면 100년 전 풍경과 만나는 타임머신 같은 곳이 광천의 시장 골목이다. 시장 탈출 게임에 참여하면 광천의 옛 정취는 물론 푸짐한 소머리국밥과 칼국수를 맛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광천 나들이를 권했습니다. 추석 연휴 혹은 10월 주말에 장항선 열차 타고 광천 나들이 계획 한번 짜보세요.
글·사진 홍성=송인걸 한겨레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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