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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자르기’식 수사의 결과

등록 2024-07-19 22:47 수정 2024-07-20 16:46
2024년 7월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엄벌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7월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엄벌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령상 근거는 없는 게 명백….”

2024년 7월15일 서울서부지법 303호. 박희영 용산구청장 쪽 변호인이 약 1시간에 걸친 최후변론을 마무리할 때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소리쳤다. “있습니다!” 변호인은 말을 이어갔다. “이 사건 공소는 그럼에도 (참사 대처를) 좀더 잘했어야 하지 않느냐, 그런 취지로 읽히기도 합니다. 글쎄요. 그랬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더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법리적으로 옳지 않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 심리로 열린 박 구청장 등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박 구청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박 구청장이 핼러윈데이에 이태원 일대 인파가 몰리면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 명백히 예상됐지만 어떤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이 먼저 구형한 뒤 피고인들 쪽의 최후변론 및 최후진술 순으로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구형에 앞선 검찰의 의견을 들으며 울기도 했고, 피고인 쪽 변호사들의 최후변론 땐 답답한 듯 가슴을 퍽퍽 치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최후진술에서 “유가족과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 지금도 그날의 현장을 떠올리면 눈물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한 유가족은 “거짓말”이라고 외쳤다.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쪽은 이 사건 수사가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고 비판했다. 최 전 과장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엔 국가가 빠져 있다”며 “모든 책임이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에 집중돼 있고,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수사와 재판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 전 과장에겐 징역 3년, 유승재 전 부구청장과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 각각 금고 2년을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2024년 9월30일 진행될 예정이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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