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사태가 6개월을 넘기면서 응급 진료 체계에 긴박한 응급 신호가 켜졌다. 2024년 8월4일 두 살배기 아기가 11차례 ‘응급실 뺑뺑이’ 끝에 의식불명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막연하던 불안감은 구체적인 공포로 악화했다. 추석(9월17일) 연휴를 기점으로 응급 진료 체계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9월2일 방송에 출연해 “응급실을 셧다운(휴진)하는 병원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해 차츰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추석 연휴에는 평소보다 1.5~2배 많은 환자가 응급실에 온다”며 “올해는 아프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언론들은 대형 병원 응급실이 전문의 1명만으로 버티는 벼랑 끝 실태를 앞다퉈 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 단 하나의 주체는 정부다. 응급실 뺑뺑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며, 경증 환자가 이용을 자제하면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경증의 기준을 “본인이 전화해서 병원을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라며 “어디가 찢어져 피가 많이 나는 것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의식불명 정도는 돼야 중증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추석 연휴 때 대형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경증 환자에게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90%로 인상하려는 것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또 9월4일 응급실 운영을 축소한 이대목동병원을 비롯해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아주대병원, 충북대병원 등에 군의관 15명을 배치했고, 군의관과 공보의 235명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배 아픈데 빨간약 바르는 처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29일 국정 브리핑에서 “종합병원 등에 가보시라. 여러 문제가 있지만 비상진료 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판단과 대책도 대통령 발언의 자장 안에서 맴돌고 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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