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2024년 7월2일 비 내리는 덕수궁 돌담길 건너편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 쪽지가 붙었다. 시민들은 국화꽃을 놓기도 하고 한참을 넋 놓고 폴리스라인이 둘린 사고 현장을 응시하기도 했다.
하루 전날인 7월1일 밤 9시27분,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에서 한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인도로 돌진해 시민 9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는 사고 직전 소공동 소재 조선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면서 일방통행로를 빠르게 역주행한 뒤 사람과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가해 차량 운전자인 차아무개(68)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차씨가 사고 당시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고, 간이 마약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지역 버스 운전기사인 차씨는 40년 경력의 베테랑 운전자인 것으로 알려져 사고 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차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고, 경찰은 사고 차량의 기록장치를 분석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조사 진행 상황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피해자들은 은행 직원 4명, 시청 공무원 2명, 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으로 모두 사고 현장 인근에 근무했다. 평범한 일상을 마치고 직장 동료들과 저녁을 먹고 나서다 변을 당한 것이다. 은행 직원들은 막내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목숨을 잃으면서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사고 현장 인근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 나의 아빠와 비슷한 연령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는 내용이 담긴 추모글을 현장에 남겼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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