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배달기사가 배달 한 건으로 받는 수수료는 얼마일까? 기본 배달료는 3천원이라지만, 수요가 없을 땐 2천원짜리 콜도 수두룩하다. 법정 최저시급(2024년 기준 9860원)은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자영업자)로 계약했다는 이유다. 스스로 최저시급을 벌려면 1시간에 적어도 5건은 채워야 한다. 물론 콜이 없어 하염없이 대기하는 시간은 보수에서 제외된다. 그렇게 번 돈 일부는 오토바이 유지 관리비와 기름값, 보험료로 써야 한다.
법정 최저임금 제도는 과도한 임금 하락을 방지해 노동자의 최소 생계를 보장하려 만들어졌다. 하지만 배달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보호 밖에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이 받는 건당 수수료에 임금 하한선을 정한 적이 없어서다.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은 임금을 통상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경우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 업종의 생산고(일정 기간 생산한 재화의 양)나 업무의 일정 단위를 기준 삼으라고 시행령에도 적혀 있다. 대법원은 2007년 이 조항을 근거로 철도역 구내매점 노동자에게 별도의 최저임금을 산출하라는 판례(2004다48836) 도 냈다. 다만 파기환송심에서 합의가 이뤄져 선례가 남진 않았다. 노동계 숙원이던 건당 최저임금이 올해 처음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됐다. 2024년 6월13일 제4차 전원회의에서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안이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해야 할 사안임을 재차 확인했다. 그간 법정 최저임금을 시급과 월급 기준으로만 심의해왔는데 직종별 심의도 함께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본 것이다. 비록 2024년에는 시간과 자료 부족으로 더 논의를 이어가지 않으나, 공식 안건으로 확인된 만큼 2025년에는 본격적인 논쟁이 붙을 수 있다. 공익위원들도 이날 전원회의에서 “올해 심의 종료 후 최임법 5조 3항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와 관련(해) 구체적 유형, 특성, 규모 등 실태와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해주시면 추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법원 판례 등으로 노동자임이 인정된 업종에 대해선 자료 기반으로 심의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업종은 국회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하자는 입장이다.
도급 노동에 하한선이 생기면 수많은 노동자가 혜택을 본다. 저임금으로 과속운전에 내몰리는 화물기사, 낮은 단가를 과로로 메우는 택배기사 등이 적정 생계를 보장받을 길이 열린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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