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전 6패 유영하의 ‘박근혜팔이’. 달성습지에 두루미는 오지 않고 정치철새만 오나.”
2024년 1월22일 제22대 총선에 출마한 대구 달서구갑 권택흥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낸 보도자료 제목입니다. 달성습지는 대구를 대표하는 자연습지인데요. 같은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달서구갑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권택흥 예비후보의 보도자료 제목은 한동안 지역에서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권 예비후보는 보도자료에서 “유 변호사는 이미 공직선거에서 6전 6패로 참패했다.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평가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이제 그 족함을 알고 달서갑 주민들을 모독하는 정치 놀음보단 달성군에 내려와 계신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잘 모셔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유영하 변호사의 이번 출마는 대구로 내려온 지 2년 사이 벌써 세 번째 ‘다른 출마’입니다. 경기 군포 지역구에서 세 번, 서울 송파구 한 번 등 수도권에서만 네 차례 총선에 출마했던 그는 2022년 4월 돌연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후원회장으로 세우고 말이죠. 박 전 대통령이 달성군으로 이사 온 지 두 달 만이었습니다. 당시 유 변호사는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내부 경선에서 당시 홍준표, 김재원 후보에 이어 3등으로 떨어졌습니다. 대구시장 출마 선언 한 달 뒤 5월에는 수성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죠. 역시나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제아무리 ‘선거의 여왕’과 함께한다지만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 유 변호사가 이번 총선에 달서구갑에 출마하자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보통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은 한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지역주민과 호흡하며 자신의 밭을 일굽니다. 많은 사람이 유 변호사가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수성구갑 또는 박 전 대통령이 사는 달성군에서 출마하리라 예상한 이유입니다. 유 변호사는 지난 2년 동안 달서구갑 지역에서 활동한 적도 없습니다. 이런 지적을 의식했는지 유 변호사는 출마 선언에서 “지역 연고에만 기댄 정치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할 말은 하고 당당하면서 자존감 높은 정치를 해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월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회고록 북콘서트를 엽니다. 대구로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은 한동안 동네 사람들도 보기 힘들 정도로 칩거하며 지냈습니다. 지역주민 사이에서는 “대통령 온다고 좋아했더니, 그림자도 안 보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2023년 4월 동화사 방문으로 처음 집 밖에서 모습을 드러낸 뒤 현풍시장 장보기,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등이 외부로 드러난 몇 개 일정이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외부 활동을 부쩍 늘리고 있습니다. 유 변호사에게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이 얼마나 유효할지 궁금해집니다.
대구=김규현 <한겨레>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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