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TV아사히가 윤석열 대통령의 주량을 ‘무한’으로 소개하고 있다. 화면 갈무리
“술 시킬까?” 최근 대학교 때 술자리를 자주 갖던 후배를 거의 십몇 년 만에 만나서 자연스럽게 물었습니다. 후배는 “저 술 못 먹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아, 요즘 약 먹는 거 있어?” 물었더니 “저 원래 술 못 먹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잠깐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후배는 대학 시절 술을 마시고 나면 몸이 너무 힘들었답니다. 다른 사람들도 똑같을 텐데 얼마나 술이 좋으면 이렇게 몸이 괴로운데도 술을 마실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도 한두 잔 마시고, 술을 받아놓거나, 버리기도 하고, 마시는 척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학교 특강으로 온 만화가가 술 못 마시는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자신이 겪은 알코올 섭취 뒤의 반응과 똑같았다고 합니다. 후배는 ‘술 못 먹는 몸’을 깨달은 뒤로 술자리에서 술을 못 먹는다 하고 안 마셨다고 합니다.
저는 세상에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있음을 직장에 와서야 알았습니다. 회사에 같이 들어온 경력 선배가 신입환영회 때 술을 마시다가 숨을 가쁘게 쉬더니 방에 드러눕고 말았습니다. 앰뷸런스를 불렀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면접에서 했던 말 때문에 무리해서 마셨다고 합니다. 면접에서 “술 잘 마시지?”라고 묻는 게 자연스러웠던 시절이고, 그 선배는 술을 못 마신다는 사실이 합격에 영향을 줄 듯해 “그럼요, 잘 마시죠” 대답했다고 합니다.
표지이야기에서 술을 못 마시는 괴로움을 이야기하는 서수빈(가명)씨는 “사람들이 비음주인이 있다는 상상 자체를 못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반드시 술이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처음 만났다고 생각한 비음주인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제가 ‘술 권하는 사회’의 한 주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술 권하는 사회’를 표지이야기로 정하고 눈여겨보니 미국 드라마에서는 술 마시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한국계 이민 가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성난 사람들>에는 한국 술문화에 관한 비판으로 보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친척이 축하한다고 술을 들이켜는데, 조카들은 술을 받는 척하면서 안 마십니다. 한국 드라마는 괴로운 일을 겪으면 혼자 포장마차에서 강술을 마시는 게 클리셰입니다.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에도 술을 먹으면 필름이 끊기는 백두에게 ‘그래도 받으라’며 축하술을 건넵니다.
국가의 의사결정 과정에 술자리가 자주 언급되는 것도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합니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량 무한대’라 썼고, 이후에도 외국에서 재계와의 술자리가 보도됐습니다. 대통령은 ‘알코올사용장애 선별검사’를 꼭 해보십시오.
이번호는 알코올 권하는 사회 비판과 함께, 새해 단식 체험기도 싣습니다. 올해 세운 계획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나요? 1월 말, 한번 점검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눈이 쏟아지는 날, 영은님에게서 꽃과 케이크를 받았습니다. 모두들 모여서 누굴까, 궁금해하며 편지를 돌려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매년 <한겨레21> 명절마다 찾아오던 퀴즈큰잔치이지만, 이번 설 퀴즈큰잔치는 30주년 기념호로 미룹니다. 미리 알려드립니다.
구둘래 편집장 anyone@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눈이 쏟아지는 날 도착한 독자 ‘영은’님의 선물.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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