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가을 어처구니 5제…강서구에 삽니다

등록 2023-10-06 23:15 수정 2023-10-13 17:38
2023년 10월3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가 벌어지고 있는 우장산역 사거리.

2023년 10월3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가 벌어지고 있는 우장산역 사거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기가 여기저기 텔레비전 화면에서 펼쳐지는 2023년 10월5일의 <한겨레21> 뉴스룸은 탄식으로 가득합니다. 여자핸드볼이 한일전에서 패배했습니다. 아시안게임 3연속 금메달을 놓쳤습니다. 야구는 일본에 승리하고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야구 마니아 김양희 기자가 알려준 바에 따르면 일본은 이번 경기에 사회인 야구 출신이 출전했습니다. 중국도 일본에 이겼습니다. 4강 진출에 실패한 여자배구는 북한에 신승하고 겨우 숨을 돌렸습니다. ‘국뽕’이 아니더라도 좀더 가까운 사람의 경기에 몰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요. 이것이 요즘의 어처구니없는 장면의 첫 번째와 관련이 있습니다.

1. “지난 10월1일 아시안게임 축구 한중전 관련 포털 서비스의 응원 서비스 중 다음·카카오에서만 참여자의 93%가 중국을 응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 우리나라 포털 서비스들이 특정 세력의 여론조작에 취약하다는 점을 재확인… 이미 드루킹 사태를 비롯해 가짜뉴스에 의한 대선 조작 시도 등으로 사회적 우려가 큰 상황…” 10월4일 방송통신위원장은 준엄하게 현안 보고를 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월4일 페이스북에 “포털 ‘다음’이 여론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해설합니다.

2. 10월5일부터는 한가위 연휴 전에 지명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전에도 ‘블랙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던 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도 비슷하게 말했습니다. 그의 말과 달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2019년 펴낸 백서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이던 유 후보자의 이름이 104번 나온다고 합니다. 장관 시절의 욕설 논란에 대해서도 “조작이고 허위”라고 밝혔습니다.

3. 김행 후보자는 같은 날 이뤄진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재산 관련 의혹(‘주식 파킹’)에 대해 “지금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소신을 밝혔습니다. 그에 대한 여러 의혹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면서도 소명 자료는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4. 서울 강서구에 삽니다. 출근할 때마다 명함을 몇 개씩 받고 있습니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음에 따라 구청장직을 상실한 결과로 벌어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전 구청장 ‘본인’이 출마했습니다.

5. 그래도 가장 어처구니없는 일은 초엘리트 인력 낭비의 본좌랄 수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입니다.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해 국회에서 연설하고 세몰이를 했죠. 이 대표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 규모에 대해서도 공방을 벌이지만 검찰 쪽 주장대로라도 36회라니, 이게 적은 걸까요. 김양진 기자는 표지이야기에서 “지난 1년여라는 오랜 기간 내로라하는 ‘칼잡이’(특별수사부 검사)들을 총집결시키고도 ‘소명조차 의심스럽다’는 법원 판단을 받은 건 사실상 ‘낙제’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수원지검 수사책임자는 영장 기각에 반발하며 ‘살인 교사’ 등의 비유까지 썼습니다.

날씨는 추워지는데 즐거운 소식은 하나도 없고 얼굴 찌푸릴 일만 있는 상황이라면 여러분에게 ‘상상의 세계’로 떠나라 권하고 싶습니다. 제15회 손바닥문학상을 공모합니다. 주제는 이전 ‘만리재에서’에서 알려드린 대로 ‘오늘의 날씨’입니다. 그때 댓글에서 손바닥문학상이라니 ‘王자’ 그릴 일 있냐고 하시더군요. 네, 이번 제15회 손바닥문학상에 많은 응모, ‘왕’으로 부탁드립니다.

구둘래 편집장 anyone@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 칼럼입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