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만여 명이 모금해 만든 일본군 ‘위안부’ 추모시설 ‘기억의 터’가 2023년 9월5일 아침 6시 서울시 주도로 철거됐다. 시설물을 만든 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 중구 남산에 자리한 기억의 터는 ‘위안부’ 증언자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피해 기록을 남기자는 취지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의 전신)가 주도해 2016년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시민 1만9천 명이 3억원을 모금했고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등이 ‘기억의 터 추진위원회’를 꾸렸다. ‘ 위안부’ 피해자 247명의 이름과 피해자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과 증언이 돌에 새겨졌다. 제막식에 참석한 김복동 할머니는 “돌에 새겨서 안심이다. 대대손손 이것을 보며 우리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작품은 현재 포클레인으로 모두 철거된 상태다.
서울시가 내세운 철거의 사유는 기억의 터 설계자로 참여한 임옥상씨의 성추행 이력이다. 임씨는 8월17일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시는 ‘피해자와 시민 정서를 고려해’ 기억의 터를 비롯한 임씨의 시립시설 설치물 5개를 순차적으로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작 기억의 터를 만든 이들은 철거에 반대했다. 임옥상씨의 성범죄가 문제적이지만 기억의 터는 임옥상씨 개인만의 작품이 아니란 취지다. 정의기억연대 등은 9월4일 현장 철거를 막으며 “(기억의 터는) 임옥상만의 작품이 아니다. 여기 새겨진 단 한 글자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같은 날 추모위원 98명도 성명을 내어 “임옥상의 성추행 사건과 이후 행보까지 (기록물에) 모두 기록하는 방안을 찾자고 했으나 서울시가 무시하고 기습 철거했다. 여성 폭력의 역사를 공적 공간에서 끊임없이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노력까지 지워버렸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철거된 자리에 새로운 콘텐츠를 넣겠다고 했다. 다만 ‘위안부’ 피해를 어떻게 기록할지 구체적인 이행안은 밝히지 않았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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