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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공산전체주의 세력” 광복절에도 낙인찍기

등록 2023-08-18 23:58 수정 2023-08-19 13:54
2023년 8월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3년 8월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날,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이 아닌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78주년 광복절인 2023년 8월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연 경축식 경축사에서 일본이 아닌 특정 ‘세력’을 반복해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고 말했다. 공산전체주의-반국가-시민사회 운동가로 ‘세력’을 묶은 것이다. 그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반면 광복절이 탄생한 핵심 배경인 일제의 한반도 불법 점령에 대해선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일본’이란 단어를 말할 때는 “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거나 “ ( 일본이 ) 제공하는 후방 기지는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 ”이라는 찬사만 했다 .

특정 ‘세력’을 적으로 몰거나 역사 문제를 경제발전으로 치환하는 윤 대통령의 화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5월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도전에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한다. (…) 오월 정신은 광주와 호남의 산업적 성취와 경제발전에 의해 승화되고 완성된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들이 민주화운동 당시 폭도로 몰려 군인들에게 무참히 학살당했는데 ‘세력에 맞서 싸움’과 ‘경제발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한 삼일절인 2023년 3월1일에도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이번 광복절 축사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면 다 반국가세력인가. 우리 민족 전체의 기쁜 날에 왜 갈라치기 프레임으로 가느냐는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다.”(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지금 북쪽에 굴복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자꾸 상대를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국민 통합에 적절치 않다.”(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직 일본 언론만이 윤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보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날 역사문제를 연설의 주제로 했”(<아사히신문>)는데, “(윤 대통령처럼) 광복절에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니혼게이자이신문>)이라는 이유였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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