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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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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로 제2의 연봉 만들다...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 최인욱

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국내선 집 형태, 게스트에 따라 사각지대 존재
등록 2023-07-28 06:35 수정 2023-08-03 08:12
강릉 마당집 잔디를 정비하는 최인욱씨 옆으로 아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있다. 본인 제공

강릉 마당집 잔디를 정비하는 최인욱씨 옆으로 아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있다. 본인 제공

2007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150달러의 월세를 내지 못해 고민하던 두 청년이 있었다. 계좌엔 1천달러뿐이었다. 돈을 더 이상 끌어올 곳은 없었다. 이들은 미국 산업디자인협회 콘퍼런스에서 답을 찾았다. 수천 명의 디자이너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터였다. ‘호텔을 잡지 못한 참가자들에게 방을 빌려주고 아침을 제공하자.’ 이 간단한 아이디어가 시작이었다. 두 청년은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지프 게비아, 세계 최대의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다.

여행자에게 공간을 공유하는 문화로 시작

2008년 8월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12월 기준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는 약 660만 개다. 전세계 220개국의 호스트 400만 명이 등록돼 있다. 2008년부터 2022년 말까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이뤄진 체크인 횟수는 14억 회에 달한다. 에어비앤비가 이렇게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17년 <에어비앤비 스토리>를 쓴 레이 갤러거는 이렇게 말했다. “에어비앤비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어디에서나 우리 집처럼’(Belong Anywhere)’이다. 어디에서나 우리 집에 있는 것 같은 혁신적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다. 회사가 제공하는 경험은 우리가 타인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점차 잃어버린 인간적인 정과 유대감을 되찾아준다.”

사실 외국에선 에어비앤비 창업 이전부터 여행자들에게 공간의 일부를 공유하는 문화가 발달돼 있었다. 다만 한국은 집의 공간 일부를 공유하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2000년대 한국 드라마나 대중음악 등이 인기를 끌며 외국인 관광객이 급속도로 늘어나자 공유숙박에 대한 법적 근거가 처음으로 생겼다. 2011년 12월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제도가 생긴 것이다.

이즈음부터 국내에서도 에어비앤비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에어비앤비는 국내 호스트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2023년 최소 5만 곳의 숙소가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6월 말 기준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는 4만9770개였다(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경기도와 인천 등 일부 지역은 제외된 숫자였다.

처음 국내에서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1세대 호스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여유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에어비앤비 누리집에 소개된 국내 1세대 호스트 ‘비비’도 이런 사례였다. 딸이 결혼한 뒤 남은 방이 아깝다고 생각한 그는 우연히 에어비앤비 설립자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빈방을 활용해 에어비앤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엔 새로 집을 매입해 에어비앤비를 꾸미거나 부업으로 뛰어드는 이도 많아졌다.

2023년 1월 <돈이 되는 공간>을 펴낸 최인욱(43)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7년부터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해온 직장인이지만, ‘부캐’는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이자 신규 호스트에게 조언 주는 앰배서더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앰배서더는 14명뿐이다. 2023년 7월21일 낮 서울 강남구에 있는 회사에서 에어비앤비로 제2의 연봉을 만들었다는 인욱씨를 만났다.

강원도 강릉시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최인욱씨. IT 업계에서 재직하고 있다. 본인 제공

강원도 강릉시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최인욱씨. IT 업계에서 재직하고 있다. 본인 제공

마당 있는 집을 매입해 직접 꾸며보자

그가 처음 에어비앤비를 생각한 것은 2018년 평창올림픽이 계기였다. 아버지의 고향이 강원도 강릉인 터라 종종 방문했는데 올림픽을 앞두고 한창 새 단장을 하는 모습을 봤다. 평생 한 번 열리는 글로벌 이벤트를 맞아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에어비앤비에 발을 들였다. 처음엔 아파트를 전세로 빌려 운영하다 1년도 되지 않아 그만뒀다. 운영도 서툴렀지만, 아파트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것이 정식 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경험을 살려 새로운 시도를 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취향대로 직접 꾸민 집이었다. 마당이 있는 집을 매입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꾸며 운영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강릉이 계속 주목받았고, 제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거든요. 제가 애가 셋인데 정 안되면 애들이라도 가서 놀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인욱씨는 아내와 함께 콘셉트와 디자인을 정해 리모델링 계획서를 만들어 공사를 진행했다. 또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집을 꾸몄다. 이 공간은 2021년부터 운영 중이다. 돈도 중요하지만 타인과의 교류에서 오는 만족감이 크다. 호스트 입장에서, 자신의 취향에 공감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게스트는 100점이다.

“한 게스트가 세 살짜리 아들을 자전거에 태워 마트에 다녀왔다면서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짜릿함을 느꼈어요. 그 자전거는 제가 아이를 태우고 싶어서 가져다놓은 거였거든요.”

인터넷으로 예약 가능한 날짜를 누르고 송금하면 끝나는 호텔이나 다른 숙박 플랫폼과는 다르게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가 서로 자신을 드러내고 소개해야 한다. 게스트는 호스트의 후기나 숙소 상태 등을 보고 예약을 요청하고, 호스트는 게스트의 여행에 대한 목적이 담긴 메시지를 보고 수락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특성상 신뢰와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에어비앤비가 만든 최소한의 허들이다.

기존 숙박 예약 체계와 다른 탓에 생기는 귀찮음이 있지만, 바로 이런 지점에서 에어비앤비의 두 번째 매력이 발생한다고 인욱씨는 말한다. “인간과 인간이 교류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있어요. 에어비앤비가 사람들이 서로 친절함을 베풀고 받을 수 있게끔 만들어주거든요. 그게 에어비앤비가 가지고 있는 위대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다만 이런 에어비앤비의 특성과 성향이 맞지 않으면 호스트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욱씨는 “요새 ‘에어비앤비로 한 달에 500만원 벌기’ 같은 광고도 많은데, 사실 이런 매출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보다 입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무턱대고 시작하기보다는 자기 성향이 맞는지를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자신을 드러내고, 게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즐겁게 거칠 수 없다면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최인욱씨가 강원도 강릉시에 운영하고 있는 에어비앤비 ‘강릉 마당집’을 찾은 한 게스트가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최인욱씨 제공

최인욱씨가 강원도 강릉시에 운영하고 있는 에어비앤비 ‘강릉 마당집’을 찾은 한 게스트가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최인욱씨 제공

한국에선 불법과 합법의 경계

전세계적으로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에어비앤비지만, 국내에서의 상황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집의 형태와 관계없이 어떤 집이든 등록하고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호스트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에어비앤비의 정책이지만, 한국에선 집의 형태나 게스트에 따라 불법의 경계선에 있기 때문이다.

당장 포털이나 유튜브 등에 ‘공유숙박’ 혹은 ‘에어비앤비’를 검색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키워드가 ‘불법’이다.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에선 에어비앤비가 불법인지를 묻는 질문과 이를 설명하는 글이 수도 없이 많다. ‘에어비앤비 예약했더니 불법 숙박?’ ‘사업자등록 하면 합법 에어비앤비 되는 걸까’ 등등. 호스트 입장에서도 혼란스럽고, 게스트 입장에서도 내가 가는 숙소가 불법인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2011년 12월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중국 등 해외 관광객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가정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숙식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길을 내어줬다. 다만 도시 지역의 경우 외국인만 숙박이 가능하도록 했고, 오피스텔 등 원룸형 주택은 숙소로 등록하지 못 하도록 제한을 뒀다.

문제는 에어비앤비에 호스트로 등록하는 것은 사업자등록증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에어비앤비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지속적으로 미등록 업체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진석 의원은 2022년 국정감사에서 등록된 공유숙박은 4955개인데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는 4만9770개라며 “합법적으로 등록된 숙소가 10% 미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최근 5년간 미등록 숙박업소 단속 현황을 보면 특정이 불가능한 232건을 제외한 804건 중 에어비앤비가 664건으로 8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는 당시 국감에서 “내부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조처는 없는 상태다. 문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숙박 플랫폼은 등록할 때 숙박업 허가증 제출 요구를 하는데 에어비앤비는 하지 않는다”며 “2022년 국감에서 사업자등록 확인 절차 관련 질의를 했지만 바뀐 건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에이비앤비도 자체 기준과 관리 규칙이 있다.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는 만큼 회사 입장에서도 신뢰와 안전 등은 중요한 가치다. 호스트와 게스트가 자기소개를 하고 후기를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런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다만 그렇다고 모든 나라에서 자체 기준만을 내세워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선 2016년부터 호스트가 행정 당국으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숙소는 연간 90일 이상 대여할 수 없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일본에서는 민박업 등록이 되지 않은 숙소는 사이트를 삭제하고, 등록번호가 없는 경우 차단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쉽고 안전하게 호스트·게스트가 될 수 있도록

이렇다보니 에어비앤비가 미등록 업체를 중개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도 최근 발의됐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6월 통신판매중개업자 등의 미신고 숙박업소의 온라인 중개를 금지하고 중개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에어비앤비가 미등록 숙소를 호스트로 받아도 처벌받지 않지만,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규정에 따라 처벌받는다.

에어비앤비 쪽은 <한겨레21>에 “정부와 협조해 호스트의 의무와 관련한 제도 준수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있다”며 “새로운 제도 도입과 관련해선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외국인 관광객 3천만 명 달성 목표를 위해선 충분한 숙박시설이 필수적이고 공유숙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많은 개인이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완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특별한 변신, 한 가지 주제로만 제작하는 통권호를 아홉 번째 내놓습니다. ‘21이 사랑한 작가 21명’, ‘디지털성범죄 끝장 프로젝트 너머n’, ‘비거니즘의 모든 것, 비건 비긴’(Vegan Begin) 등에 이어 ‘집’을 열쇳말로 삼았습니다. 한옥, 농막, 협소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집에 깃든 사연, 반려동물을 위한 집, 미니멀리즘 등 새로운 삶의 방식을 담은 집 이야기를 다룹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다양한 집의 존재 이유와 미래 전망도 더했습니다. _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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