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 판매는 워낙 많은 업체가 있으니까 자기들끼리 암묵적으로 매겨놓은 가격이 있어요. 소비자도 그걸 알아요. 그런데 파양은 부르는 게 값인 게, 자기가 끝까지 못 키운다는 죄책감을 이용하거든요.”
‘신종 펫숍’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비교적 잘 아는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말했습니다. 심 대표는 2023년 4월 경기도 여주의 한 야산에 신종 펫숍이 처리업자에게 넘긴 동물 118두가 매장됐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가 전한 신종 펫숍의 영업전략 중 하나는 “매장에 들어올 때 울면서 들어오는 사람에겐 (파양) 가격을 더 부르는 것”입니다. 이들은 죄책감뿐 아니라, 학대·유기 동물을 구한 사람의 선의도 적극적으로 이용해 더 높은 비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업체들의 설명처럼 ‘안락사 없는 보호소’는 실현될 수 있을까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은 아실 겁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유·무형의 자원이 정말 많이 필요합니다. 기사를 쓰기 위해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한 업체에 파양비를 문의했을 때 업체는 500만원 내외가 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큰돈이긴 하지만, 강아지의 남은 인생을 보장하기엔 부족한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종 펫숍에서 버니를 구조한 동물보호 활동가 ‘설구아빠’는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아무리 봐도 절대 (업체의 설명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2023년 초 도살장에서 구조한 개 50마리를 돌보기 위해 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설구아빠는 “한 마리를 돌보기 위해 하루 한시간씩 쓴다고 해도, 한 달이면 약 30만원이 든다”며 “청소와 산책 등을 위한 시간까지 계산하면 개 한 마리를 돌보는 데 드는 인건비가 70만~100만원”이라고 했습니다. 파양비로 300만원을 낸다고 해도 3~4개월 뒤엔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파양된 일부 동물은 영업장에 방치돼 굶거나 죽고, 혹은 산 채로 암매장됐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봅니다. 파양이 용인되지 못하도록 신종 펫숍 규제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다만 이 산업이 유지되는 구조를 고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선 번식장을 통한 반려동물의 대량생산, 경매장에서 이뤄지는 대량 판매와 유통, 쉬운 입양 등의 요인이 어우러지면서 많은 사람이 손쉽게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습니다. 파양 수요는 그대로 둔 채 신종 펫숍만 규제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거지요.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전재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현금 4천, 까르띠에·불가리 시계” [단독] 전재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현금 4천, 까르띠에·불가리 시계”](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10/53_17653253287748_20250911503391.jpg)
[단독] 전재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현금 4천, 까르띠에·불가리 시계”
![[단독] “하이브 소유 피알회사가 민희진 ‘역바이럴’했다”…미국서 피소 [단독] “하이브 소유 피알회사가 민희진 ‘역바이럴’했다”…미국서 피소](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10/53_17653630444751_20251210503717.jpg)
[단독] “하이브 소유 피알회사가 민희진 ‘역바이럴’했다”…미국서 피소
![[단독] 윤영호 “전재수, ‘복돈’이라 하니 받아가더라…통일교 현안 청탁 목적” [단독] 윤영호 “전재수, ‘복돈’이라 하니 받아가더라…통일교 현안 청탁 목적”](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10/53_17653564336892_20251210503477.jpg)
[단독] 윤영호 “전재수, ‘복돈’이라 하니 받아가더라…통일교 현안 청탁 목적”
![그래, 다 까자! [그림판] 그래, 다 까자!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5/1210/20251210503747.jpg)
그래, 다 까자! [그림판]

박성재,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 앞두고 ‘국무위원 탄원서’ 모의

‘친윤’ 인요한 의원직 사퇴…“희생 없이 변화 없어”
![[단독] “유족을 우리 편으로”…쿠팡의 대외비 ‘산재 대응 문건’ [단독] “유족을 우리 편으로”…쿠팡의 대외비 ‘산재 대응 문건’](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10/53_17653665410729_20251210503779.jpg)
[단독] “유족을 우리 편으로”…쿠팡의 대외비 ‘산재 대응 문건’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정동영 장관 “11일 입장문 낼 것”

서울교육청 “2033학년도 내신·수능 절대평가…2040 수능 폐지”

코스트코 ‘조립 PC’ 완판…배경엔 가성비 더해 AI 있었네



















![[단독] ‘세운4구역 설계 수의계약’ 희림 “시간 아끼려고”… 법 절차 생략 시인 [단독] ‘세운4구역 설계 수의계약’ 희림 “시간 아끼려고”… 법 절차 생략 시인](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5/1202/2025120250367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