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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가져간 ‘콜럼버스’…반달곰 오삼이 2015~2023

등록 2023-06-16 21:55 수정 2023-06-21 19:35
2018년 앞다리 골절 수술 뒤 재활 중인 반달가슴곰 오삼이. 국립공원공단 제공

2018년 앞다리 골절 수술 뒤 재활 중인 반달가슴곰 오삼이. 국립공원공단 제공

오삼이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반달가슴곰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문제아’였다. ‘가출’을 수시로 했다. 누구는 ‘애물단지’라 했고, 누구는 ‘사고뭉치’라고 했다.

2015년 1월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태어났다. KM-53으로 분류됐다. 한국(K)에서 태어난 수컷(M)으로 관리번호가 53이라는 말이다. 10개월째에 지리산에 방사됐다. 그가 유명세를 탄 것은 2017년 ‘절도죄’, 2018년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2018년 5월5일 어린이날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달리던 고속버스에 곰이 부딪쳤다. 경남 산청군 함양분기점 생초나들목 방향. 고속버스 운전사는 국립공원공단에 신고하고, 공단이 버스에 묻은 털과 배설물을 채취해 사고 당사자가 오삼이란 것을 알게 됐다. 공단 관계자들은 “역시”라고 했을 것 같다. 그 전에도 ‘가출곰’ 오삼이는 유명했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목격자가 “곰이 초코파이를 가져갔어요”라고 신고했다. (곰은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 러시아어 이름은 아예 ‘꿀 먹는 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수도산은 생활지로부터 직선거리로 90~100㎞ 떨어져 있다. 원래 곰의 생활 반경은 15㎞ 정도라고 한다. 발견된 오삼이는 집(지리산)으로 돌려보내졌다.

오삼이의 가출은 이후에도 한 번 더 관찰됐다. 2018년 교통사고 난 위치는, 그가 다시 지리산을 벗어나 수도산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환경부는 “KM-53은 (…) 이러한 이동이 계속될 경우 지난해(2017년)와 같이 거창을 지나 김천 방면으로의 이동이 조심스럽게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뒤 오삼이는 12시간에 걸친 대수술과 재활을 거쳤다. 회복 뒤에는 ‘그의 소원대로’ 김천 수도산에 방사됐다. 김천시는 오삼이가 세 번이나 돌아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캐릭터화한 상징물을 만들어 오삼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성도 붙여 ‘김오삼’으로 이름을 완성했다.

곰의 이동 경로를 알 수 없기에 국립공원공단 연구원들이 고생한다. 목격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서 전기울타리를 친다. 인가로 내려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서다. 귀여운 모습으로 그려지곤 하지만, 곰을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거의 없다. 오삼이도 키가 161㎝, 몸무게는 110㎏에 이른다. 한국어 ‘곰’은 어원으로 따지면 ‘두 앞발로 치면 즉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오삼이의 별명은 ‘ 콜럼버스’였다. 오삼이의 탐험은 계속됐다. 2021년에는 충북 보은에서 발견됐다.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질렀다는 말이다. 아찔하면서 놀라운 활동량이다. 2022년에는 충북 옥천에서 신고가 들어왔고, 7월 오삼이를 찾아갔던 <한겨레> 기자에 따르면 충북 영동에 있었다.

그 오삼이가 죽었다. 오삼이가 마지막 숨을 거둔 곳은 경북 상주였다. 2023년 6월13일 마취총을 맞고도 이동했고 그만 계곡으로 떨어져 사망하고 말았다. 신문기사에는 ‘폐사’라고 떴다. 동물이나 어패류가 갑작스럽게 죽었을 때 쓰는 말이다.

오삼이는 인간과 곰의 경계를 넘나들었기에 문제아로 불렸다. 인간의 영역 안에서 ‘관리’되는 것을 거부했다. 하지만 그 경계는 누가 쳤는가. 오삼이의 명복을 빕니다.

구둘래 편집장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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