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0시2분에 이태원에 도착해 세계음식거리를 걷던 중 해밀톤호텔 앞 `T자' 골목에서 인파가 갑자기 몰렸고, 이를 피하기 위해 이태원역으로 내려가던 중 파도처럼 인파에 휩쓸렸습니다. 거리엔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경찰은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어요.”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와 함께 2022년 10월29일 이태원을 찾았다가 홀로 구조된 한 생존자의 증언이다. 2023년 1월12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여한 생존자들은 당시 상황을 세세하게 증언했다. 이날 참여한 유가족 8명도 참사 당일 희생자의 행적 등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의문을 쏟아냈다.
이들의 의문에 관한 정부의 첫 대답이 1월13일 나온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특수본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특수본 수사는 초기부터 일선 소방관과 경찰관을 대상으로 ‘꼬리자르기' 식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인력만 500명 넘게 투입된 수사였지만 유가족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기엔 역부족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특수본의 결과 발표 브리핑을 앞둔 1월11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 앞에서 꼬리자르기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특수본은 유가족의 의사는 단 한 차례도 묻지 않고 어떤 설명도 없이 수사를 마무리하려 한다”며 “국정조사 과정에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나 윗선의 책임에 관한 수사도 제대로 됐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1월10일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등 10곳을 압수수색하며 보완수사에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창민 변호사는 “특수본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법리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검찰이 새롭게 수사한다는 것은 경찰 입장에선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뉴스 큐레이터: <한겨레21>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합니다.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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