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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세 모녀 죽음’ [뉴스 큐레이터]

등록 2022-08-27 02:46 수정 2022-08-27 08:53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은 시민들. 연합뉴스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은 시민들. 연합뉴스

2022년 8월24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위패 세 개가 올려졌다. 사진은 없었다. 상주가 있어야 할 자리엔 공무원이 섰다. 사흘 전인 8월21일 오후, 60대 어머니 ㄱ씨 등 세 모녀는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는 암 투병 중이었다. 큰딸 ㄴ씨도 지병을 앓았다. ㄱ씨와 둘째 딸 ㄷ씨가 남긴 유서에 “경제적으로 힘들었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2021년 2월부터 18개월 동안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택배일 등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던 아들이 2019년 숨진 뒤에 형편이 어려워졌다. 연체된 건강보험료는 33만9830원이었다. 장기간 체납에도 지원의 손길은 더뎠다. 화성시는 건보료 체납 사실을 7번 통보받은 뒤 방문조사에 나섰다. 그마저도 ㄱ씨 등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곳이었다. 화성시는 이들을 ‘복지 비대상자’로 등록했다. 세 모녀는 2020년 2월 화성시의 다세대주택으로 이사했다. 전입신고는 하지 않았다.

이 세 모녀의 죽음은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 사건과 닮았다. 60대 어머니의 실직과 큰딸의 투병 등으로 생활고를 겪던 세 모녀는 현금 70만원을 넣은 봉투에 “죄송합니다.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입니다”라는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은 계속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23일 “이런 일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살피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즉각 연락처가 없는 주거지 미상 취약계층을 발굴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빚을 떠안고 일부러 숨어다니는 사람들의 정보를 발굴하겠다는 정부의 대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이 복지제도를 신청하지 못하게 된 원인을 들여다보고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에선 체납 기록 등을 통해 가장 위중한 상황에 놓인 가구를 찾아낸다고 하지만 빈곤의 모습은 동일한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며 “당장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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