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오연서 기자
30년 넘게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한 이른바 ‘사찰 노예’ 사건 가해자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2022년 6월8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김병훈 판사는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울 노원구 ㄱ사찰의 주지 스님 최아무개(7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는 해당 사찰에서 1985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30여 년 동안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피해자는 ‘○○스님’이라 불렸지만 새벽 4시부터 밤 9~10시까지 마당 쓸기, 텃밭 가꾸기, 보수공사 같은 허드렛일만 했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2008년 4월~2017년 12월 산정 가능한 미지급 임금만 1억2900여만원에 이른다. 피해자는 폭언·폭행은 물론 부동산 거래 명의도용까지 당했다.
법원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지적장애를 악용해 금전적 착취를 한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노동력 착취가 아니라 울력(스님들이 잡일을 나눠 하는 관행)이라는 가해자의 주장도 변명에 불과하다고 봤다. “피해자의 지적장애 상태를 고려할 때 울력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이를 받아들여 육체노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울력이었다면 작업을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법원은 더불어 가해자의 반성 없는 태도도 지적했다. “약 30년 동안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에게 일을 시키고도 아무런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고 욕설과 폭력까지 행사했다. 그럼에도 피해자를 자식처럼 생각해 부양했고 피해자의 노후 대책을 위해 아파트를 증여한 것이라고 변명하기 급급했다.”
1심 판결은 2019년 7월 ‘사찰 노예’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뒤 3년 만에 내려졌다.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기까지 피해자는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경찰은 ‘노동력 착취가 아닌 울력에 불과하다’는 가해자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혐의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의 수사 지연으로 피해자 쪽 변호사가 수사심의위원회까지 신청했지만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사심의위는 소집되지 않았다. 재판도 2년여 진행됐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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