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박종식 기자
정치적 공론장에서 자꾸만 어떤 존재가 ‘의도적으로’ 지워진다. 혐오와 낙인의 파도에 휩쓸려서, 또 그 물결을 타고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워진’ 존재들이 이 파도를 넘으려 모여 목소리를 냈다.
90여 개 여성단체 연대체인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은 2022년 2월12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어 “차별과 혐오, 증오 선동의 정치를 부수자”고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여성노동자가 안전한 세상”을,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와 폭력에 노출되지 않는 나라”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2월19일엔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이 열렸다. “오랫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 여성운동의 역사와 여성의 시민권·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불공정의 이름으로 비판되는”(김은실 이화여대 교수) 현실에서 특정한 2030 남성 유권자만을 상대로 펼쳐지는 거대한 남성연대의 정치,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의 퇴보에 맞서기 위해서다. “여성 시민의 목소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영부인’발 비리만 남은”(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 대선 정국에서 발제자들과 참여자들은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갖춘 페미니즘 공유지를 만드는”(오빛나리 우롱센텐스)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을 나눴다.
페미니스트는 지금도 이 자리에 시민이자 유권자로서 존재한다. 성평등을 제1기치로 내건 페미니즘당창당모임은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오준호, 이백윤, 김재연)에게 △성평등 노동 △여성 안전 △돌봄·양육 지원 △성평등 저변 확대 △가족 다양성 △여성·성소수자 건강권 △차별금지·다양성 △생태·동물권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발송했다.
2월22일 현재 답변을 보내온 심상정(정의당), 오준호(기본소득당), 이백윤(노동당), 김재연(진보당) 캠프의 주요 응답 내용이 공개됐다.(femiparty.org/23/3) 성평등 정책질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캠프는 이번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마땅한 고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투표소에 가기 전 후보들의 응답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는 건 어떨까.
박다해 온갖 것에 관심 많은 잡덕
관심분야: 여성, 정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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